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은 27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대리인 15명이 ‘필리버스터급’ 변론을 펼쳤다. 헌재 측은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지만 변론을 중간에 중지시키지는 않고 경청하는 인내심을 발휘했다.
이날 최종변론은 오후 2시 시작해 8시30분쯤 끝났다. 국회 측은 최종변론을 오후 2시9분 시작해 3시23분쯤 마쳤다. 권성동 소추위원 및 황정근 이용구 이명웅 변호사가 압축적으로 발언했다.
이에 맞선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변론은 오후 3시30분쯤 시작해 한 차례 휴정을 거쳐 오후 8시26분 끝났다. 총 변론시간은 국회 측에 비해 3시간30분 정도 더 길었다. 박 대통령 측은 이동흡 변호사를 시작으로 전병관 이중환 변호사가 약 2시간 발언했다. 이동흡 변호사는 약 20분간 ‘제가’ ‘저는’ 등의 주어로 시작하는 박 대통령 의견서를 대독했다. 이어 김평우 정기승 서성건 변호사의 발언이 오후 6시20분쯤 끝났고 20분 동안 휴정했다. 이어 채명성 황성욱 정장현 이상용 송재원 손범규 서석구 구상진 조원룡 변호사가 마라톤 변론을 이어갔다. 오후 7시가 지나자 박 대통령 측 일부 대리인들은 의자에 기대 졸기도 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중복이 많으니 생략을 해 달라. 꼭 하고 싶은 말씀 위주로 해야 납득하기도 쉽다”고 말했다. 다만 발언을 제지하지는 않는 등 방어권 보장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관들이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변론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양측의 변론 전략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최종변론과는 정반대였다. 당시 최종변론 시간으로 30분이 주어졌는데 국회 측 대리인이 2시간 넘게 변론을 하다 재판부의 제지를 받았었다.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은 변론 후 언론 브리핑에서 “핵심만 추려서 변론했다. 박 대통령 측이 인해전술 비슷하게 나왔는데 재판부 설득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탄핵이 돼야 나라가 바로서고 다음 세대에 희망이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최종변론에서 주장하는 바가 많았다. 절차적·실체적 문제를 충분히 변론했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변호사는 “지금은 이야기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 변호사는 탄핵심판 중 박 대통령과 몇 번 만났느냐는 질문에 “클라이언트(고객)와의 관계를 공개적으로 말하기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朴대통령측의 노골적 모욕 등 잇단 자극에도 헌재, 듣기만 한 까닭은…
입력 2017-02-28 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