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안에 예능감 있다’… 여배우들의 소탈한 민낯

입력 2017-03-01 05:00
지난 14일 열린 ‘하숙집 딸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윤소이 장신영 이미숙 이다해 박시연(왼쪽부터). KBS 제공
여배우에게 따라붙는 몇 가지 편견들이 있다. 도도할 거라든지 혹은 까다로울 거라든지. 소탈함이 생명인 예능에 과연 어울릴까 의심하는 시선 또한 여전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재미는, 그런 의외성에서 나오는 법이다.

예능에 도전장을 내민 여배우들이 부쩍 늘고 있다. ‘나들이’ 수준이 아니라 무려 고정 출연자로 나섰다. 청순미의 대명사 정유미는 나영석 사단에 합류했고, 결혼 3년차 남상미는 ‘집밥 백선생3’(tvN)에서 수줍은 요리 실력을 공개했다. 한채영은 ‘언니들의 슬램덩크2’(KBS2), 박시연·장신영·이다해·윤소이는 ‘하숙집 딸들’(KBS2)의 일원이 됐다.

정유미의 예능 출연 소식은 단연 화젯거리다. tvN의 나영석 PD가 꾸린 새로운 콘셉트의 여행 프로그램에 합류하게 됐다. 정유미는 그간 영화와 드라마 이외의 방송에 거의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이번에도 캐스팅 제안을 여러 차례 고사했으나 나 PD의 오랜 설득에 마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청초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의 정유미가 ‘캐릭터 만들기’의 귀재 나 PD를 만나 어떤 이미지를 입게 될지 궁금해진다. 나 PD와의 호흡 경험이 있는 이서진·윤여정과 동행한다. 세 사람은 첫 촬영을 위해 지난 23일 인도네시아 발리로 출국했다. 귀국 날짜나 구체적인 콘셉트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단아한 이미지로 사랑 받아온 남상미는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이끄는 집밥 교실의 최초 여제자로 들어갔다. 데뷔 이래 처음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시청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2015년 1월 결혼해 그해 11월 득녀한 남상미는 알고 보니 초보 주부였다. 지난 21일 첫 방송된 ‘집밥 백선생3’에서 집밥 테스트를 치른 결과 양세형 이규한 윤두준 등 멤버들보다 요리 실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드라마 ‘김과장’(KBS2) 속 똑 부러진 캐릭터와는 딴판인 그의 허당기가 의외의 웃음을 유발한다.

‘바비인형’이라 불리는 한채영은 도회적인 기존 이미지를 내려놓고 첫 버라이어티 예능에 뛰어들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2’에서 무려 걸그룹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그에게도 숨겨진 ‘예능감’이 꿈틀댔다. 노래를 불렀다가 음치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웨이브 댄스를 출 때는 몸은 막대기처럼 뻣뻣했다. 그럼에도 당당하고 열정적인 자세만큼은 호감을 살만했다. 한채영은 “이 프로그램이 내겐 제2의 인생이라 생각한다. 합류 전 고민이 많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것 같다”고 했다.

‘하숙집 딸들’은 신선한 멤버 구성으로 일단 시선 끌기에 성공했다. 여배우 다섯이 매주 다른 남자 게스트를 하숙생으로 맞아 게임 등 미션을 펼치는 내용. 이미숙을 제외한 박시연·장신영·이다해·윤소이 등 네 명은 모두 예능 초짜다. 토크 등 장면에서 저마다 솔직하게 임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러나 전혀 새로울 게 없는 프로그램 포맷과 진행방식은 아쉬움을 남긴다. 아직 모든 걸 내려놓지 못한 여배우들의 ‘몸 사리기’ 역시 시청자 공감을 방해하는 요소로 보인다.










권남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