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수사 종료 그 이후는… 우병우·정유라 수사, 결국 검찰 몫

입력 2017-02-28 05:02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역대 최다 구속·기소란 성과를 남겼지만 국정농단 주역 일부는 끝내 특검의 칼날을 피했다. 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발목 잡힌 이들에 대한 수사는 결국 검찰 몫으로 다시 돌아왔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묵인·비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우병우(50) 전 대통령 민정수석은 특별수사팀,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이어 특검의 그물망도 빠져나갔다.

특검 내부에선 구속영장 재청구 대신 일단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겨 유죄를 받아내는 데 집중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박 특검은 심사숙고 끝에 검찰에 다시 넘기기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27일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아니지만 검찰 이첩 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며 “지금 기소할 경우 우 전 수석 개인 비리를 비롯해 여러 의혹 등을 수사 못한다는 점 때문에 검찰이 종합해 기소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로 공이 넘어간 우 전 수석 수사는 제대로 될지 불투명하다. 그가 검찰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인 만큼 검찰이 우 전 수석을 수사하려면 조직 내부에도 칼을 대야 할 가능성이 높다. 특검에서도 파견 검사 중 일부가 검찰과의 충돌을 우려해 우 전 수석 수사에 소극적이었다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덴마크에 구금 중인 최순실(61·구속 기소)씨 딸 정유라(21)씨 조사도 검찰로 넘어갔다. 특검팀은 지난해 12월 20일 정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국내 송환을 추진했으나 끝내 그를 잡아들이지 못했다. 덴마크 현지 조사가 늦어지며 정씨 송환은 기약 없이 밀린 탓이다. 정씨 송환 여부는 다음달 22일쯤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송환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정씨가 현지 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커 실제 국내 송환은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호성(48·구속 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함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청와대 안봉근(51)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51) 전 총무비서관도 특검 수사를 비켜간 국정농단 주역이다. 안 전 비서관이 한 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게 전부다.

특검팀으로부터 다시 수사 바통을 넘겨받을 서울중앙지검은 수사팀 운용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구성이나 수사 방식을 놓고 대검찰청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사건을 다시 맡는 방안, 특수부로 이첩하는 방안, 제3의 수사팀을 꾸리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최종 결정은 김수남 검찰총장이 내리게 된다.

특검팀은 수사가 종료되면 3일 이내에 미완성 상태인 수사 기록을 검찰에 모두 이첩할 계획이다. 잔류 파견 검사 규모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는 등 사실상 공소유지 체제에 들어갔다. 특검이 마지막으로 청구한 이영선(38)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수사 종료 하루를 남기고 기각되면서 불구속 기소로 마무리됐다.

글=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