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김원홍 전 북한 국가보위상이 허위보고 등 월권 혐의로 현재 연금 상태라고 밝혔다. 또 국가보위성 부상(차관급) 등 5명 이상의 간부가 고사총으로 총살됐고, 실무진에 대한 추가 처형 가능성도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국정원은 27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전 보위상이 지난달 말까지 노동당 조직지도부 조사를 받고 현재 연금 상태라고 보고했다. 이철우 국회 정보위원장은 브리핑에서 “보위성이 주민 통제를 엄청나게 하고, 당 간부를 고문했는데 이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허위보고한 사실이 들통났다”며 “김 위원장이 격노해 김원홍을 강등 조치하고 연금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당 간부에게 없는 죄목까지 만들어 고문해 주민 원성이 자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또 김 위원장 지시로 보위성 내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상을 외부로 옮겼다고 보고했다. “보위성이 김 전 위원장을 섬길 수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라고 국정원은 파악했다. 김 위원장이 보위성 숙청을 대대적으로 감행하면서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최고 실권부서로 떠올랐다고 국정원은 분석했다.
국가보위성은 우리나라 국정원과 비슷한 조직이다. 지난해 6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안전보위부인 ‘부’에서 ‘성’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북한 주민의 사상 동향 등을 감시하고 반혁명분자를 색출하는 업무를 맡는다. 2012년부터 김원홍이 보위부장(현 보위상)을 맡았으나 지난달 강등·해임됐다.
북한에선 이와 함께 최근 체제를 비방하는 낙서가 직장과 학교, 핵심 군부대 등에서 전방위 발견되고, 각종 우상화물 훼손 사건도 빈발해 체제 불안요인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또 중국의 북한 석탄 수입중단 조치로 지난해 총 외화수입 33억8000만 달러의 23%에 해당하는 7억8000만 달러를 손해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30여만명의 일자리와 국내총생산(GDP) 2.5% 포인트 감소가 예상된다. 이 위원장은 “석탄 수출금지 충격이 계속되면 북한경제 마비 사태까지 오지 않겠느냐는 보고가 있었다. 중국에 대한 불만도 커졌다고 한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북한 핵실험 준비 동향에 대해선 “언제든지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본다”고 보고했다. 풍계리 2번 갱도 유지관리 활동이 이어지고 있고, 3번 갱도는 준비완료 단계라는 것이다. 또 지난해 영변 원자로에서 플루토늄 10여㎏이 생산됐으며, 올해 말부터 추가 재처리가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한편 김정남이 김 위원장에게 생활비 지원을 호소한 편지를 보낸 사실을 국정원이 파악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에서 “국정원이 공개하지 않았지만 김정남이 편지 말미에 ‘생활이 어려우니 생활비를 지원해 달라’는 대목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지난 15일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김정남이 2012년 4월 김 위원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응징명령을 취소해 달라”고 하소연했다고 보고했다.
최승욱 정건희 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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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원홍 前 국가보위상 연금… 보위성 간부 5명 이상 고사총 총살”
입력 2017-02-28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