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은 어린 학생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성희롱 대상으로 삼았고, 학교는 학생들을 협박하며 감추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2월 트위터 및 언론보도로 드러난 서울 S여중고 성희롱 의혹을 감사해 교사와 교장, 교감 등 13명을 징계하도록 했다고 27일 밝혔다. 감사 결과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는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여중 교사들 외에도 여중고 교사 9명이 학생을 상대로 성희롱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여중의 한 생물 교사는 “골반이 커야 출산하기 유리해 남자들이 여성을 볼 때 골반을 본다”고 했다. 여고의 영어 교사는 영단어 연상법을 가르치며 바스트(Vast·방대한)와 버스트(Bust·흉상)를 언급했다.
학교는 교사들의 성희롱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여중 교장은 시교육청의 전교생 설문조사를 앞두고 교내방송을 통해 “학교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에는 철저하게 내용을 밝혀 최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학생들을 겁줬다. 여고 교장은 논란이 불거진 사실을 알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등 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
시교육청은 학교법인에 교사 9명과 관리 책임이 있는 교장·교감 4명 등 13명을 징계하라고 요청했다. 여중에선 교장은 중징계인 3개월 정직을, 교감은 경징계인 감봉을, 교사 5명은 경고와 주의를 받도록 했다. 여고에선 교장과 교감, 교사 1명에겐 경고를, 다른 교사 3명에겐 주의를 내리도록 했다. 성희롱 사건을 소극적으로 다룬 여고 교장에겐 추가로 과태료 300만원을 물리기도 했다.
이번 감사에는 이미 성희롱 논란으로 경찰에서 조사받고 있는 여중 교사 7명은 빠졌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지난해 12월 트위터에 올라온 교사들의 성희롱 발언 일부가 사실이라고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5명은 사실이 확인됐고 2명은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당시 트위터에는 “생리통 때문에 보건실 다녀와도 될까요?”라는 학생의 말에 “내가 10달 동안 안하게 해줄까”라고 하거나 은근슬쩍 자신의 성기를 학생의 팔에 갖다 대는 교사가 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시교육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 설문조사를 벌이는 등 교내 성 문제 해결에 나섰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12월 21일부터 30일까지 서울시내 중학교 20개교, 재학생 1만636명을 대상으로 성폭력 피해나 목격 경험을 물었다. 조사 결과 ‘교직원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하거나 다른 학생이 당하는 것을 목격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0.6%(60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43명은 어떤 성폭력을 겪고 봤는지 문장으로 적었다.
시교육청은 4개 학교 교사 7명을 징계하고 3개 학교 교사 3명을 교내 성희롱심의위원회의 처분을 받도록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 연 2회 교육부 학교폭력 실태 조사가 있을 때마다 학생들이 성폭력 사실을 신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학교 맞아?’… 교사는 성추행, 교장은 “책임 묻겠다” 학생 겁박
입력 2017-02-28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