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면조사 요구를 외면하면서 사상 초유의 대통령 대면조사는 최종 무산됐다. 검찰의 대면조사 요구를 거부하며 “특검 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박 대통령은 두 차례 ‘허언’을 한 셈이 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에 이어 특검 수사에까지 ‘사법 당국에 출석해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혀오다가 막상 출석을 앞두고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다 조사를 거부하는 행태를 반복했다. ‘현직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 소추되지 않는다’는 헌법 84조에 보장된 대통령 권한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했던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위해 수차례 일정조율을 시도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은 사건 검토 및 변론 준비 등을 이유로 조사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일정상의 어려움을 핑계로 지난해 11월 말 대면조사를 거부했다.
특검에서도 비슷한 줄다리기가 반복됐다. 특검과 박 대통령 측은 지난 9일 청와대 경내에서 대면조사를 진행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사전에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청와대 측은 ‘특검을 신뢰할 수 없다’며 합의를 파기했다. 이후 특검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지난 주말까지 공문을 주고받으며 일정조율을 시도했다.
대면조사 재합의 추진 과정에서 특검과 청와대 측은 대면조사 ‘녹음·녹화’ 문제로 대립했다. 특검은 조사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돌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녹음이나 녹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청와대가 잠정 합의된 대면조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하며 정보누출 문제로 특검을 비난하자, 특검은 향후 조사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녹음·녹화 등 안전장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참고인 조사임에도 불구하고 특검이 녹음과 녹화를 고집하는 등 받아들이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를 계속해 와 협의가 무산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이 향후 사법 당국의 직접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검 수사 내용이 검찰로 대부분 인계되는 만큼 박 대통령은 향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검찰의 강제수사 대상에 이름을 올릴 수도 있다.
특검은 이미 박 대통령을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 기소)씨와 함께 삼성 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공범으로 적시한 상태다. 박 대통령은 문화체육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 작성 의혹의 최종 지시자로도 의심받고 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朴 대통령 대면조사 무산은 靑의 ‘녹음·녹화’ 반대 탓
입력 2017-02-28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