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 초청받은 소프라노 임세경 “나를 믿고 주역을 맡겨 줘 감사”

입력 2017-02-28 17:11 수정 2017-02-28 17:12
지난 2월 3일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에서 오페라 ‘토스카’ 공연이 끝난 뒤 타이틀롤을 맡은 소프라노 임세경(왼쪽 세 번째)이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지휘를 맡은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 스카르피아 역의 바리톤 마르코 브라토냐, 임세경, 카라바도시 역의 테너 알렉산드르 안토넨코.임세경 페이스북

지난 1월 26일 자정이 다 된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소프라노 임세경(42)의 집에 현지 소속사의 전화가 걸려 왔다. 1월 31일과 2월 3일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국립 오페라극장)에서 플라시도 도밍고가 지휘하는 ‘토스카’에 대타 출연이 가능한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2011년 서울시오페라단의 ‘토스카’로 두 차례 공연한 게 전부였던 그는 망설였다. 최근 유럽 무대에서 주로 출연했던 ‘아이다’와 ‘나비부인’의 대타라면 언제든 가능하지만 ‘토스카’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튿날 아침 소속사는 물론 도미니크 메이어 슈타츠오퍼 총감독으로부터 “당장 와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받은 그는 짐을 쌌다. 그리고 겨우 3일간의 짧은 리허설을 한 뒤 1월 31일 저녁 무대에 섰다. 이날은 그에겐 다소 아쉬움이 남았지만 두 번째 공연은 현지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을 정도로 만족스럽게 끝났다.

열흘 뒤인 2월 13일 밀라노에서 짐을 싸 서울로 오려던 그에게 소속사와 헝가리 부다페스트 오페라극장 예술감독에게 전화가 왔다. 그 날 저녁 오페라 ‘나비부인’에 출연해 달라는 것이었다. “말도 안 된다”며 거절했지만 최고 대우를 약속하며 사정하는 바람에 결국은 부랴부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다. 2시간 만에 동선 등을 연습한 뒤 무대에 올랐지만 그는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오는 4월 6∼9일 국립오페라단의 ‘팔리아치’와 ‘외투’의 주역으로 내한한 그를 27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동양 소프라노가 ‘토스카’ 배역을 맡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를 선택한 빈 슈타츠오퍼 총감독의 모험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2014∼2015 시즌 ‘나비부인’의 주역으로 슈타츠오퍼에서 데뷔해 호평받았다. 임세경은 그 다음 시즌도 이곳에서 ‘나비부인’을 공연했다. 그는 “내가 아직 스타가 아니기 때문에 시즌 개막부터 주역으로 선 것은 2015년 1월 ‘나비부인’ 뿐이었다. 나를 믿기 때문에 계속 주역을 제안하는 것인 만큼 감사하고 기쁘다”고 답했다. 이어 “대타든 아니든 그동안 출연했던 극장과 페스티벌에선 반드시 나를 다시 캐스팅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임세경은 이날 올해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의 ‘아이다’와 ‘나비부인’의 두 작품에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처음 밝혔다. 2015년 그는 ‘아이다’의 타이틀롤을 맡으며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역사상 한국인 첫 주역이라는 영예를 얻은 바 있다.

세계 오페라 팬들의 성지로 불리는 베로나 페스티벌은 이탈리아 북부 베로나의 로마시대 원형경기장(1만5000석)에서 매년 여름 열린다. 104년째인 올해는 6월 23일부터 8월 27일까지 6개의 오페라, 2개의 갈라 콘서트, 1개의 발레 갈라 프로그램이 선보여진다.

그는 “2015년엔 오디션을 거쳐 단 1회 출연했을 뿐이다. 지난해도 제안 받았지만 스위스 아방쉬 페스티벌과 일정이 겹쳐 올해로 미뤘었다”고 전했다. 이어 “사실 ‘토스카’에서 나를 좋게 본 도밍고 선생님도 올 여름 ‘아이다’ 공연을 제안했지만 베로나 페스티벌과 일정이 다소 겹쳐 포기해야 했다. 조만간 다른 작품에서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셨다”고 덧붙였다. 탁월한 가창력과 열정적인 연기로 무장한 그는 뚜벅뚜벅 세계 정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