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용차량이 아프가니스탄 지역을 순찰하는 모습이 수개월 전부터 목격됐다. 중국 측은 병력 주둔도, 본격적인 군사작전도 아니라고 했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발을 빼면서 중국이 조금씩 개입하는 모양새다.
중국과 아프가니스탄 접경인 와한 회랑지대(좁고 긴 땅)에 중국 군용차량 2종(둥펑 EQ2050, 노린코 VP11)이 출몰한 모습은 지난해 11월 인도 매체 ‘위온’에 처음 포착됐다. 당시 위온은 중국 병력이 국경을 무시하고 와한에 들어와 정기적으로 순찰을 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달에도 ‘중앙아시아-코카서스 애널리스트’라는 미국 싱크탱크가 보고서에서 “중국군이 아프간을 드나들고 있다는 증거가 명백하다”고 밝혔다.
중국 국방부 런궈창 대변인은 지난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중국군의 아프간 순찰 사실은 부인하면서 “양국 사법기관이 국경지대에서 테러에 맞서는 법 집행 작전을 공동으로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저스틴 브롱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연구원은 “중국군이 아니라면 중국 경찰이 군과 비슷한 작전을 수행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7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아프간 개입을 강화하는 이유가 여럿 있다고 지적했다. 이슬람 극단주의가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데다 광산 채굴권을 비롯해 중국 기업들이 아프간 곳곳에 갖고 있는 각종 이권을 지키고 싶어서 깊이 개입한다는 것이다.
독일마셜펀드의 중국 전문가 앤드루 스몰은 아프간 바다흐샨주에 중국의 골칫거리인 ‘투르키스탄 이슬람당(TIP)’의 본부가 있어서 이를 퇴치하러 중국이 나서고 있는 것으로 봤다. TIP는 중국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위구르족 무장단체다. TIP 소속 위구르족 수백명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테러와 소요가 끊이지 않는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중국의 화약고로 불린다.
미군이 아프간에서 한창 ‘테러와의 전쟁’을 벌일 때는 중국이 어부지리로 안보 혜택을 입었다. 하지만 이제 미군 철수가 가시화됨에 따라 중국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게 된 측면이 있다. 스몰 연구원은 “중국은 미국의 철군으로 이 지역 안보 책임의 상당부분을 떠맡아야 한다는 사실을 마지못해 인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임기 중에 아프간 철군을 완료하기로 했다가 현지 정정 불안 때문에 철군을 늦춰 지금도 8400명의 미군이 잔류하고 있다.
글=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아프간에 나타난 인민해방군 미스터리
입력 2017-02-27 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