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에 사는 박모(54)씨는 아내 없이 자녀 둘과 지내고 있는 가장이다. 횟집을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왔으나 재개발로 주변지역이 공동화·슬럼화되면서 장사가 안 돼 가게 문을 닫아야 했다. 빚더미에 앉아 집에서 쫓겨난 박씨는 단수·단전된 상가에서 자녀들과 지내야 했다. 게다가 허리디스크로 건강까지 악화돼 앞날이 캄캄했다. 그런 박씨에게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동주민센터 복지플래너가 박씨의 딱한 처지를 알게 됐고 긴급복지지원에 나선 것이다. 박씨는 의료비를 지원받아 치료를 받았고 민간의 후원으로 거처까지 마련해 새출발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성동구에 사는 이모(55)씨는 연이은 사업 실패 후 일용근로를 했으나 건강이 악화돼 폐지 수집으로 근근이 생활해 왔다. 월세는 장기간 체납됐고 집안은 폐지와 곰팡이로 가득 차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이를 알아챈 동네 주민이 동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해 살 길이 열렸다.
동주민센터 직원은 이씨에 대해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신청을 했고 수급대상자로 책정될 때까지 생계비와 주거비를 긴급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서울형 긴급복지지원제도가 갑작스럽게 위기에 처한 시민을 구하는 ‘복지 응급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울시는 긴급복지지원제도를 통해 지난 1∼2월 두 달 동안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1만286가구를 찾아내 지원했다고 27일 밝혔다.
서울형 긴급복지지원제도는 2014년 발생한 ‘송파 세모녀 사건’을 계기로 도입됐다. 차상위계층이나 서민들이 일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선지원 후심사’ 원칙을 적용해 신속히 지원하는 제도로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는 긴급복지지원법에 의한 지원과는 별개로 2015년부터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중위소득 85%이하, 재산 1억8500만원 이하, 금융재산 1000만원 이하의 가구가 대상자로 생계비·주거비·의료비 등을 맞춤형 물품이나 현금으로 지원한다. 생계비와 주거비는 가구원 수에 따라 30만∼100만원, 의료비는 가구원 수와 상관없이 최대 100만원이다.
시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의 복지플래너, 우리동네주무관, 방문 간호사 등을 활용해 위기가구를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 지난 두 달간 지원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5259가구)의 약 2배다. 시는 올해 서울형 긴급복지 예산으로 지난해보다 16억7000만원 많은 45억7000만원을 확보했다.
김철수 서울시 희망복지지원과장은 “올해는 3만3000여 가구에 긴급복지를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어려운 이웃을 발견하면 가까운 동주민센터나 서울시 다산콜센터 120으로 연락해 달라”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서울시 긴급지원제 덕에… 복지 사각지대 ‘온기’
입력 2017-02-27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