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김정은 주도 국가테러”

입력 2017-02-27 17:41 수정 2017-02-27 21:21
이병호 국가정보원장(가운데)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정남 암살과 북한 동향에 대한 보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원장은 정보위에서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진 국가 주도의 테러가 명백하다고 보고했다. 뉴시스

국가정보원은 27일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 “국가보위성 등 북한이 주도한 국가테러 사건”이라고 밝혔다. 또 암살조와 지원조 등으로 나뉜 북한 국적 용의자들이 조직적으로 동남아 여성 2명을 포섭해 김정남 암살을 감행했다고 보고했다.

이철우 국회 정보위원장은 국정원의 정보위 보고 이후 브리핑에서 “용의자 8명 가운데 4명이 보위성 출신이고, 실제 행동에 옮긴 두 사람은 외무성 소속”이라며 “김정은에 의해 조직적으로 전개된 국가 주도의 테러임이 명백하다고 국정원이 보고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 국적 용의자 8명의 소속은 보위성(4명), 외무성(2명), 고려항공(1명), 내각직속 신광무역(1명)이다. 이들 8명은 암살조 2개조와 지원조로 구성됐다. 암살 1, 2조는 별도로 활동하다 말레이시아에서 합류했다. 암살 1조인 이재남(57·보위성)과 이지현(33·외무성)은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29)을, 2조 오종길(55·보위성)과 홍성학(34·외무성)은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를 포섭했다. 이 위원장은 “신광무역 소속으로 파악된 이정철은 현지 공작원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지원조는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에 파견된 보위성 주재관 현광성(44) 등 4명이다. 이들 4명은 암살조 이동과 김정남 동향 추적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정확한 보고 내용은 김정남 암살에 보위성 요원이 많이 가담했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어느 기관에서 주도했는지는 추적 중”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북한 내부에서 김정남 피살을 함구하고 있지만 북한 내 일부 간부와 해외요원 사이에 관련 소문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김정남의 존재를 처음 알게 돼 충격” “최고 존엄이 단 몇 백 달러에 암살돼 땅바닥에 구겨졌다” 등 북한 내부 반응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은 “형제를 암살한 것에 (북한 사회가)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며 “다만 북한 주민들은 아직도 장남인 김정남의 존재를 잘 모른다”고 덧붙였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