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일자리 창출 의미로 사면 이해… 재단 출연 할 수 밖에”

입력 2017-02-27 18:28 수정 2017-02-28 09:39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힘써달라는 의미로 사면을 받은 것으로 인식해 미르재단에 출연할 수밖에 없었다고 검찰 조사 때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27일 열린 최순실씨 등의 16차 공판에서 검찰은 최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조서에 따르면 최 회장은 재단 출연 경위를 묻는 질문에 “나라에서 추진하는 사업이고, 전경련에서 그룹에 할당된 금액을 출연하라고 해서 돈을 냈다는 사후 보고를 받았다”며 “(사전에) 보고를 받았다 해도 하자가 없는 이상 출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검사가 “출소 후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힘써 달라는 의미로 사면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자, 최 회장은 “두 가지 의미가 다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경제인이면 당연히 해야 할 의무지만 (사면을 받은) 저는 더 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2015년 7월 25일 비공개 면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그룹 차원의 체육·문화 지원을 요청하신 적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돼 있다. 김 회장은 또 “대통령이 애로사항을 물어봤다”며 “처음에는 특별한 게 없다고 답했으나 (대통령이) 구체적인 사업상 애로사항을 물어봐 태양광 사업이 중요하다고 얘기했다”고 진술했다. 재단 출연과 관련해서는 “청와대가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에 치명적인 손해가 아니라면 거절했을 경우 예상되는 불이익을 막기 위해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다 하는데 안 할 수 없지 않나”라고 답했다. 조서에는 김 회장이 “전경련 요청에 따라 (출연을) 결정한 뒤 사후 보고를 받았고, ‘대통령이 면담 때 얘기했던 것이 이거구나’라고 생각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지호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