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유승민 의원 "朴 대통령 탄핵심판 이어 민주당 후보 결정되면 대선판 최소 두 번 요동칠 것"

입력 2017-03-01 05:00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지난 23일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보수 후보 단일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유 의원은 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는 자유지만 정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바른정당의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2017년 대한민국 보수는 지킬 게 거의 없다”며 “보수 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지난 23일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진보 세력의 무책임한 개혁이 아닌 끝까지 책임지는 개혁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도 했다. 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더불어민주당 후보 결정 등 두 차례 이상 대선판이 요동칠 거라고 전망하며 보수 후보 단일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왜 이렇게 뜨지 않는가.

“현재 대선판은 민주당 후보 지지율을 다 합치고, 보수 후보의 지지율을 합치면 80% 대 20% 구도다. 국회 탄핵 찬성 및 반대 비율과 똑같다.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결정적 변수가 해소돼 상황이 변할 수 있다. 민주당 측은 경선 구도가 정해졌지만 보수 측은 헌재 결정이 나야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다. 나는 탄핵이 인용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그 이후 사법처리 여부도 변수다. 보수나 중도층은 탄핵 여부가 결정된 뒤 마음을 정리하지 않을까 싶다. 이때부터 투표에 참여할 것인지, 누구를 찍을 것인지 생각하면서 보수의 구도가 변화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박 대통령 자진 하야설이 나오는데.

“바른정당과 나는 하야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대통령 사임이다. 바른정당의 경우 박 대통령 탄핵심판이 기각되면 의원 전원이 사퇴하겠다고 약속한 마당에 사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 헌재 결정이 3월 초순에 있다면 하루 직전까지 대통령이 자진 사임하는 것은 법적 자유가 있고 시간적 여유도 있긴 하다. 말릴 사람도 없다. 나는 박 대통령이 검찰과 특검 수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가 헌재 인용 결정 직전에 사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박 대통령 사법처리는.

“현재의 검찰은 박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이 인사한 라인이다. 그런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박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배 사항을 적시하고 있다. 뇌물죄 포함 여부를 떠나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부분에 대한 사법처리는 끝까지 가는 게 맞다. 사면 여부는 조기 대선을 통해 차기 대통령이 정해지고, 사법처리가 완료된 시점에 국민들이 판단할 몫이다. 사법처리 절차를 진행 안 할 수가 있나. 사법처리 절차는 검찰과 법원의 고유 업무이며, 누가 대통령이 돼도 중단시킬 수 없다.”

-보수 후보 단일화는 왜 필요한가.

“보수 대연합이나 ‘당 대 당 통합’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 보수 후보 또는 범보수 후보 단일화라고 말했다. 1997년 DJP 연합이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의 스펙트럼이 극과 극이었음에도 정권을 창출했다. 2002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몽준 전 의원이 후보 단일화를 했다. 진보 후보와 재벌그룹 회장의 단일화였다. 당시 사람들은 별로 시비를 걸지 않았다. 지금 내가 말하는 보수 후보 단일화는 그때보다 명분 있는 단일화다. 보수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나아가 국민의당 후보가 단일화해서 범보수 후보를 만들어내면 센 민주당 후보와 맞설 수 있다. 민주당 후보 결정 시기가 변수가 될 것이다. 3당 후보들이 각자 나와서 끝까지 분열된 상태로 대선을 치르는 것을 보수와 중도 지지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3당 후보는 당 차원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국민의당이 단일화에 응할 가능성은.

“예측은 잘 안 된다. 물 밑에서 접촉하는 것도 없다. 국민의당이 사드 문제에 대해 당론을 변경하려다가 기존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을 보고 단일화가 되겠느냐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지지율이 급등해도 단일화는 유효한가.

“당과의 상의가 먼저다. 당만 동의해준다면 나는 끝까지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몇 가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보수 후보가 단일화돼도 승산이 높지 않은 대선이다. 단일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정치인으로서의 리스크를 감당하고 끝까지 도전해 볼 생각이다.”

-보수와 진보 프레임은 유효한가.

“지금 뭐라고 말을 해도 결국 선거의 끝은 진영 논리로 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출마할까.

“황 권한대행은 본인 뜻이거나 박 대통령의 뜻이 작용해서 나올 수도 있다. 황 권한대행은 박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로 임명한 인물인 데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의 지지도 있지 않은가. 박 대통령의 지지가 황 권한대행의 지지로 이어질 수 있다. 출마에 대한 평가는 국민들이 하는 것이지만 출마 자체를 누가 막겠는가. 그러나 나는 정치적으로는 황 권한대행이 출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한 방이 필요한 듯한데.

“한 방이라는 게 계기가 있어야 가능하지, 사람 머리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매주 두 번씩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데 정책은 언젠가 모여지면 그 사람의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주변에서 정책 대신 정치를 하라는 훈수를 많이 한다. 정치는 기획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계기가 왔을 때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4대강 사업이나 수도 이전 같은 한 방에는 별 관심이 없다.”

-투사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은.

“좀 더 강하게 할 필요성은 느끼고 있다. 그러나 나는 싸울 때가 되면 잘 싸우는 사람이다. 8년 야당 의원 시절에는 김대중-노무현정부와 싸웠고, 이명박정부 때도 공격적이었다. 박근혜정부 때는 말 안 해도 잘 알 것이다. 야당이 말 못하고 엎드려 있을 때 나는 할 말을 했다.”

-대선 출마 결심 시기와 이유는.

“대선 출마를 확실하게 결심하게 된 시기는 2011년 전당대회에서 대표직에 도전했을 때다.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져서 최고위원을 하게 됐는데, 그때부터 자기 정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6년 동안 어떤 경우에도 내 고민이 옳다면 그 길을 갔다. 정치가 내 체질과 성격에 맞지 않은데 왜 정치를 해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해 보게 됐다.”

-어떤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나.

“지금 대한민국은 경제와 안보 위기 외에도 오랫동안 곪아온 병들을 갖고 있다. 저성장, 저출산, 양극화, 불평등 등이다. 내가 말하는 개혁은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등 민주당 후보들이 말하는 개혁과는 차원이 다르다. 재정적 책임과 한계를 고민하지 않고 주장만 하는 것은 진보 이상주의이자 급진적 사고일 뿐이다. 나의 태생은 보수다. 체질적으로도 쉽게 변화하지 않고 변화가 필요할 때는 변수를 따져본다. 보수는 좋은 전통을 지키는 것을 말한다. 보수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 그러기에 보수를 혁명적으로 바꿔야 할 시점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첫 번째 조치는.

“97년 외환위기(IMF) 상황과 똑같은 경로로 가지는 않겠지만 지금도 엄청난 위기다. 가계부채, 기업 부실에다 중국의 사드 보복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다이너마이트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 엄청난 공황 상태가 오면 양극화 현상이 심해진다. 그런 탓에 차기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 위기가 현실로 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경제개혁 전에 위기를 막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우리나라 주력 업종이나 가계부채에서 위기가 오면 굉장히 좋지 않은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위기를 막아내고 체력이 되면 그 다음 개혁을 하고 싶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은 무엇인가.

“부실을 빨리 정리하는 게 급선무다. 기업의 경우 살릴 것인지 죽일 것인지 빨리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살리기로 결정했으면 구제금융을 과감히 투입해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 악성 가계부채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파급효과는 다르지만 엄청난 금융 부실이 뒤따를 수 있다. 일방적인 채무 변제는 안 된다. 개인 빚을 구조조정해주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강봉균 전 장관이 말한 한국판 양적완화도 고려해볼 만한 수단이다. 특정 문제를 정해서 양적완화를 한다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재벌개혁에 대한 시각은.

“97년 IMF 당시 재벌들이 혼이 많이 났는데, 그 후 20년이 지났지만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글로벌 경쟁 무대에서 1등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는데,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그룹 전체가 경영권 승계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재벌이 성장을 주도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시대는 끝났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재벌 해체론자는 아니다. 그러나 레드라인을 정해서 그 안에선 뭘 해도 간섭하지 않지만, 특혜 지원이나 부실기업 봐주기는 안 된다는 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 법 개정도 필요하다.”

-기업인에 대한 사면복권은.

“경제가 어려우니까 기업인을 풀어주고 사면복권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대한민국밖에 없다. 재벌 총수가 감옥에 갔다고 그새 망한 기업은 없다. 기업들은 알아서 한다. 큰 투자가 문제라고들 하는데 교도소 면회를 통해 잘 해결하더라. 사면복권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겠다.”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을 말해 달라.

“검찰의 힘이 너무 센 만큼 한시적 조직이 되더라도 공직자비리수사처를 만드는 것은 찬성한다. 수사권과 기소권, 수사지휘권까지 검찰에 모두 주는 나라는 없다. 수사권만이라도 조정이 필요하다. 경찰 역시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을 따로 둬야 한다. 수사경찰은 엄격한 감시를 받도록 해야 한다.”

-증세는 어느 정도 해야 하나.

“중복지를 하려면 중부담을 해야 하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조세부담률은 26%이며, 우리나라는 18∼19% 수준이다. 한꺼번에 올리면 난리가 날 게 뻔한 만큼 중간 수준인 22%까지는 5년 안에 가야 한다고 본다. 부자들이 소득세를 더 내고, 법인세도 이명박정부 이전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부가가치세는 마지막 카드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 중복지를 하려면 국민투표는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국민들에게 뜻을 물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 국민적 합의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

■유승민 의원은
△1958년 대구시 대봉동 출생

△76년 경북고 졸업

△82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87년 미국 위스콘신대 졸업(박사)

△87∼2000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98∼99년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

△2000∼2003년 여의도연구소 소장

△2004년 비례대표(17대)로 국회 입성

△2005년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

△2007년 박근혜 선대위 정책메시지 총괄단장

△2008년∼대구 동을 국회의원(18∼20대)

△2011년 한나라당 최고위원

△2012∼2014년 국회 국방위원장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2017년∼바른정당 의원














만난 사람=김영석 논설위원 yskim@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