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이 “성폭력(성추행·강간 등)은 노출이 심한 옷 때문”이라고 답하는 등 성폭력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여성가족부가 27일 밝혔다. 전국 성인남녀 7200명을 대상으로 한 ‘2016년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다.
남녀 절반가량이 가부장적인 성 의식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성추행·성희롱·강간 등 성폭력은 피해자의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에 일어난다는 주장에 여성 44.1%, 남성 54.4%가 동의했다. 여성이 조심하면 성폭력은 줄일 수 있다는 주장에도 여성 42.0%, 남성 55.2%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남성들의 그릇된 성 관념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여성이 처음 만난 남성의 집에 가는 것은 성관계를 허락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하는 남성이 42.5%였다. “어떤 여성들은 성폭행당하는 것을 즐긴다”에 동의한 남성도 8.7%였다. 남성이 술을 마시고 하는 성적 행동은 실수로 용납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남성도 11.2%였다.
강간 피해자 77.7%는 ‘아는 사람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했다. 여성 스토킹 피해자 82.3%도 가해자가 아는 사람이었다고 답했다. 여성이 가장 많이 성희롱을 당하는 장소는 직장으로 조사됐다.
여성과 남성 모두를 조사했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성폭력 피해로 신체적·정신적 영향을 많이 받았고 2차 피해를 경험하는 비율도 높았다. 성폭력 이후 경험하게 되는 변화로는 타인에 대한 혐오·불신, 신변 안전에 대한 두려움, 공공장소를 이용하는데 어려움 등이 꼽혔다. 성폭력 피해를 다른 이에게 말한 적 있다는 응답자는 37.9%였지만 경찰에 직접 도움을 요청한 비율은 1.9%에 그쳤다.
글=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강간피해자 78% “아는 사람에게 당했다”
입력 2017-02-28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