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정 바깥에서 정치공방이 커지면서 헌법재판소는 갖은 괴담과도 싸워야 했다. 재판관들의 심증이 확인됐다는 취지로 퍼진 소문들엔 당연히 근거가 없다. 헌재는 어떠한 예단과 편견도 없이 심리를 진행 중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사건접수 이후 헌재는 사실무근의 소문들에 계속 시달렸다. 재판관들의 실명과 사진까지 동반한 이러한 ‘지라시’에는 “2명의 재판관이 기각 의견으로 마음을 굳혔다”거나 “여럿이 파면을 주도한다”는 등의 근거 없는 주장이 담겨 있다. 실명이 거론됐다는 이야기를 접한 재판관들은 불쾌감을 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판관의 경우 사석 발언의 녹취를 가장한 음성파일과 녹취록까지 나돈 것으로 전해진다. 법률 용어를 능숙하게 구사한 신종 형태의 지라시였는데, 물론 해당 재판관의 발언이 아니었다. 정치권 인사들이 헌재의 의중을 확인했다는 내용도 시시때때로 퍼졌다. 결론에 따라 대선정국으로 연결될 수 있는 헌재의 상황을 정치공세에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괴담은 국민에게 혼란만 가중시켰을 뿐이다. 공정성을 훼손하려는 시도에 염증을 느낀 헌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억측을 자제토록 당부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당부는 처음에는 양측 대리인을 향했다가 최근 “심판정 내 모든 분들”로까지 확장됐다.
평의(評議)를 거듭해 의견을 가다듬어야 하는 탄핵심판의 구조상 지라시의 주장들은 애초 어불성설이다. 지금은 재판관끼리도 서로의 의중을 알지 못한다.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당시 재판관들은 주문 선고 35분 전에 모여 서로의 최종 판단을 확인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헌재, 괴담과도 싸웠다… 근거없는 ‘지라시 소문’ 시달려
입력 2017-02-28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