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 시절 인권유린으로 악명이 높았던 옛 형제복지원(느헤미야)이 57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부산시는 기장군 사회복지법인 느헤미야가 운영하는 ‘실로암의 집’에 있던 중증장애인 26명과 종사자 14명을 이달 중 강서구의 다른 시설로 모두 이전한다고 27일 밝혔다.
지난해 8월 실로암의 중증장애인 14명과 종사자 6명을 기장군의 다른 시설로 옮긴 시는 이번 조치로 시설 이용자 모두를 옮긴 뒤 실로암의 집 폐쇄 절차에 들어간다.
시는 법인을 해산하면 시설에 수용된 중증장애인 40여명이 당장 갈 곳을 잃는다는 시민단체 지적에 따라 대체 시설을 찾거나 수용시설을 신축해 1년 만에 장애인들의 이전을 완료했다.
1960년 부산 감만동에서 아동시설 형제육아원으로 문을 연 실로암의 집은 이후 형제복지원과 욥의마을 등으로 법인과 시설 명칭이 변경됐다.
1975년 시와 부랑인일시보호사업 위탁계약을 맺은 형제복지원은 연간 20여억원의 국가보조금을 지원받으며 3000여 명의 부랑인을 수용했던 전국 최대 규모의 사회복지기관이었다. 당시 형제복지원은 트럭을 이용해 전국 각지를 돌며 역이나 길거리에서 주민등록증이 없는 사람이나 노숙자 등을 강제로 끌고 가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을 시켰다. 저항하면 굶기고 폭행하거나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폭행이 만연했다. 심지어는 죽이고 암매장까지 했다. 결국 1987년 원생 1명이 숨지고 35명이 집단 탈출한 뒤에야 전모가 세상에 알려졌다.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으로 구성된 대책위원회 조사 결과 실로암의 집에서 1975년부터 12년 동안 무려 551명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인권유린 악명’ 형제복지원 사라진다
입력 2017-02-27 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