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철수] 귀농귀촌, 솔개처럼

입력 2017-02-27 18:44

중국 고사에 나오는 솔개의 이야기는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솔개의 평균 수명이 70, 80년 된다고 하니 솔개의 인생은 사람의 생과 많이 닮아 있다. 40년을 산 솔개는 가장 높은 산에 올라 부리로 발톱을 모두 뽑아버리고, 그 다음엔 부리를 바위에 쪼아 뭉개버린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발톱과 부리가 자란다. 그렇게 얻은 새 발톱과 부리로 나머지 30년의 생을 새롭게 살아간다.

조사에 따르면 도시민 중 56.6%가 전원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가 안고 있는 청년실업, 환경문제, 교육문제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고민도 한 축이지 않을까 싶다. 피폐한 도시환경과 도시적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낀 사람들이 농촌이라는 공간을 매력적인 삶의 터전으로 생각하고, 농산업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는 경향은 선진국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더구나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 활용되고 있는 땅이 고작 5%가 넘지 않는다는 보고를 보면 귀농귀촌이 국가균형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쯤에서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혹여나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 현장에서 직접 들은 성공과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첫째, 먹고살 수 있다는 판단이 될 때 선택하고 도시에서 쌓은 내 경험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내가 도시에서 쌓아온 인맥과 전문성을 최대한 살려 농업에 접목해 효과를 볼 수 있도록 구상해야 한다. 귀농 초기 1000평의 농지를 마련했고, 연간 2000만원의 소득이 목표라면 그에 맞는 작목과 농업시설, 농사기법을 선택하는 경영전략을 세워야 한다.

농업인이 되는 것은 경영주가 되는 것과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 수집, 필요한 교육 수료,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멘토 찾기 등이 필수적이다. 다양한 정보를 한자리에서 얻을 수 있는 박람회도 좋은 기회다.

둘째, 가족과 합의에 이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귀농이나 귀촌을 선택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합의했음에도 많은 시간을 같이하는 농촌생활의 특성상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에 대해 훈련돼 있지 않는다면 처음에는 그 시간이 행복할 수 있지만 나중에는 견딜 수 없는 스트레스가 된다. 같은 관심사가 있으면 좋고, 같은 취미생활이나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셋째, 사는 곳이 바뀌었으니 사람도 바뀌어야 한다. “농촌사람들의 배타성에 견디기 어려웠어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받아주지 않았어요”라고 불평하지만 상대적이지 않은 인간관계가 있던가. 이웃에 장례가 나면 무조건 달려가 함께 장례를 치른다. 마을 청소, 나무 심기, 봄가을로 함께 나들이하는 것까지 날을 정해 모두 함께하는 것이 좋다. 새롭게 진입한 도시사람들에게 지나친 관심을 집중하기도 한다. 인사를 하지 않는다며 건방지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늦잠 자는 것이 흠이 되는 게 농촌생활이다. 내가 맘대로 살고 싶어서 귀농귀촌했는데 왜 저런 간섭을 받나 싶으면 벌써 실패다.

이웃의 관심에 너그러워져야 한다. 도시 속의 각박함에서는 누구도 주지 않던 따스함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앞선 솔개의 이야기는 기존의 생각이나 행동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몸은 그대로이지만 발톱과 부리를 새로 달아 새롭게 살고자 하는 솔개처럼 전원생활행(行)에 필요한 새로운 발톱과 부리가 어떤 것일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하는 까닭이다.

박철수 농림수산식품교육 문화정보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