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7017’이 열린다] “올 봄, 초록 공중산책길 걸어봐요”
입력 2017-02-28 05:02
초록보행길 ‘서울로 7017’이 오는 5월 20일 개통된다. 40여년간 차량길이었던 서울역고가가 사람들의 발길이 오가고 머무는 보행길로 탈바꿈돼 시민들을 찾아온다.
서울로 7017은 지역의 역사성과 특수성을 살리는 개발방식인 ‘박원순표 도시재생’과 ‘걷기 편한 도시 서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도심 속 색다른 산책공간이자 휴식공간으로 사랑을 받으며 주변지역 재생의 마중물 역할까지 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서울로 7017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과 파급 효과, 과제 등을 4회로 나눠 짚어본다.
서울로 7017에서 ‘7017’은 서울역고가가 처음 태어난 1970년과 보행길로 재탄생한 2017년을 의미한다.
서울역고가는 1970년 8월 15일 완공돼 만리재로와 퇴계로를 연결하는 주요 차량길로 40여년간 활용돼 왔다. 세월이 흐르면서 노후화돼 2006년 12월 정밀안전진단 안전성평가에서 위험시설인 D등급 판정을 받았다. 철거될 운명이었으나 2014년 들어 활용방안이 검토됐고 그해 박원순 서울시장의 민선 6기 공약으로 채택돼 서울역 동서 지역 등 도심의 단절 구간을 연결하는 보행길로 다시 태어났다.
초록보행길로 탈바꿈한 서울역고가
서울시는 2015년 12월 13일 0시 차량을 통제한 후 고가 재생 작업에 들어갔다. 1년2개월여의 공사를 통해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조경가인 비니 마스의 국제현상공모 당선작 ‘서울수목원’으로 탈바꿈해 개장을 앞두고 있다.
서울로 7017은 크게 고가 본선과 퇴계로 연결구간, 만리동광장 등으로 이뤄진다. 또 청파동, 중림동, 남산, 서울역 등 주변 지역으로 이어지는 17개의 보행길이 열린다. 보행 중심축인 고가와 주변 지역은 엘리베이터 6개와 에스컬레이터 1개, 계단, 보행전용램프 등으로 연결된다.
회현역 7번출구 쪽 중앙 보행로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회현역으로 직접 이동할 수 있다. 소월길 위 한양도성길로 곧장 연결되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퇴계로 입구에서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고가와 서울역 지하보도·지상을 쉽게 오갈 수 있다. 서울역 파출소 부근에는 고가와 광장을 오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와 원형계단이 설치된다.
고가에서 대우재단빌딩과 호텔마누 2층으로 곧장 이동할 수 있는 연결통로도 만들어진다. 3월까지 엘리베이터 설치 등 주요 공정이 완료되면 서울로 7017은 시범운영 및 시설 시운전 등을 거쳐 5월 20일 시민들에게 공식 선보일 예정이다.
철로와 간선도로들도 인해 동서로 단절됐던 서울역 일대가 사람들이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보행천국으로 바뀌면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645개 화분, 다양한 편의시설 갖춰
고가에는 폭 2.5∼3.5m의 보행 폭이 확보되고 고가와 보행길을 따다 양쪽으로 크고 작은 645개의 원형화분이 설치된다. 화분에서는 서울에서 생육이 가능한 50과 228종 2만4085주의 수목과 초화류가 식재돼 계절별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화분 126개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벤치를 겸한다. 수백 개의 화분 바닥에는 링 형태의 파란색 조명이 설치돼 있어 밤에는 은하수를 거니는 느낌을 주게 된다.
퇴계로 입구 쪽에는 목련광장이, 만리동 쪽 갈림길에는 장미광장이 들어서는 등 곳곳에 다양한 크기의 광장 16개가 들어선다. 정원관리체험관(도서관), 여행자카페, 전망카페, 트램폴린, 꽃집, 족욕탕, 어린이인형극장 등 편의시설 18개가 고가 상부와 하부에 조성된다. 숭례문, 서울역, 인왕산 방향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발코니도 있다.
고가 상부에도 화장실 2개가 마련됐다. 투명 강화유리로 된 투명바닥판(지름 60㎝)도 3개가 설치돼 철로나 도로, 광장 등을 조망할 수 있다.
고가 난간은 1.4m 강화 접합유리로, 특히 철도 횡단구간은 3m 높이로 설치된다. 서쪽 끝 청소차고지와 교통섬이 있던 고가 하부에는 카페와 공공미술작품, 편의시설 등을 갖춘 만리동광장이 조성된다.
서울역일대 종합발전기획단의 권완택 재생사업반장은 “서울로 7017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편안하게 거닐고 머물며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도심의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과 함께 운영·관리
서울로 7017은 서울시 푸른도시국 총괄 하에 민관협력으로 운영·관리된다. 이를 위해 오는 5월 민관 협의조직 ‘서울로 7017 운영위원회’가 구성된다.
자원봉사자 모임인 ‘서울로 초록산책단’ 140여명은 매주 1회 3시간씩 안내, 안전계도, 순찰·청소, 이용통제 등의 활동에 참여하고 개별적으로 도감제작, 세밀화 그리기, 인형극단 등 동아리활동도 병행하게 된다.
시는 ㈔서울산책, ㈔생명의숲국민운동, ㈜트리플래닛, 네이버문화재단 등과 협약을 체결해시민 참여 활동을 확대하고 문화전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고가 운영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최광빈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서울로 7017이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끄는 성공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설계사 MVRDV 수석건축가 이교석 “나뭇가지처럼 뻗은 초록길이 도심 이어줄 것”
“서울로 7017은 서울 도시재생과 보행친화도시 서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서울로 7017을 설계한 네덜란드 건축사무소 MVRDV의 이교석(37) 수석건축가는 지난 24일 인터뷰에서 서울로 7017의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이 건축가는 인천에서 태어나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난 후 현지에서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조경가인 비니 마스의 서울역7017프로젝트 설계에 총괄 책임자로 참여했고 공모에 당선 후 한국에 파견돼 자사 책임자로 프로젝트 추진에 관여해 오고 있다.
그는 “해외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보행네트워크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들이 추진됐고 진행 중이지만 서울로 7017처럼 규모가 큰 것은 별로 없다”며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그는 “현상공모에 참가한 다른 팀들은 고가 자체의 재생에만 초점을 맞췄지만 우리는 고가가 나뭇가지처럼 쭉쭉 뻗어나가 끊어져 있는 도심을 연결시켜 준다는 개념을 적용했다”며 “이런 아이디어가 높게 평가돼 당선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건축가는 “설계의 좋고 나쁨을 떠나 도심지 대형 고가도로를 보행공원화한다는 결정 그 자체가 굉장한 사건”이라며 “유럽이나 아시아 다른 나라에서 용기 있는 결정이라는 평가가 많고 관련 자료를 요청해 오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로 7017은 고가 본선과 주변으로 확장되는 17개의 보행길로 시작하지만 확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고가에서 서울역 롯데마트 옥상,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있는 블록쪽으로 연결되는 가교를 조성하고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와 바로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를 설치 등 이번 반영되지 않은 아이디어들이 추후 실현되면 보행네트워크가 더 풍부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건축가는 “서울로 7017이 열리면 많은 보행자들이 찾아오게 되고 이는 주변지역 발전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서울의 도시재생, 보행환경 개선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