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들 삶 그린 연극, 조합원 30명이 만들었다

입력 2017-02-27 17:55
연극 ‘망원동 브라더스’의 배우 연출가 스태프 등이 2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공간 혜화 소극장에서 연습 중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들은 작품을 위해 각각 20만∼50만원씩 직접 제작비를 투자하는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윤성호 기자

오는 3월 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공간 혜화 소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망원동 브라더스’. 80석짜리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연극 제작을 위해 배우 연출가 기획자 홍보 무대 및 음향 디자이너 등 30명이 협동조합을 결성했다는 것이다.

‘망원동 브라더스’는 8평 옥탑방에 모인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김호연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2014년 초연에 이어 총 세 차례 무대에 올라 평은 나쁘지 않았으나 적자를 면치 못했다.

‘망원동 브라더스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은 10만원인 한 구좌를 최소 2구좌, 최대 5구좌씩 구입했다. 당장 한 달 극장 임대료와 무대 제작비 등에 조합비 600만원을 털어 넣었다. 공연을 올려 매출이 나오면 경비를 제한 뒤 구좌에 따라 이익을 나누게 된다. 이 작품은 종영일이 정해지지 않은 오픈런으로 공연될 예정이다. 적자가 나면 조합원들이 그만큼 돈을 더 내야 하며, 폐막일 역시 이들의 합의에 의해 결정된다.

최근 문화예술계에서 극단이나 무용단들이 협동조합을 만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대학로의 젊은 극단들이 모여 소극장 혜화당을 공동운영하는 ‘극장나무 협동조합’, 민간 발레단 5개가 모인 ‘STP 발레 협동조합’이 대표적이다. 두 협동조합의 경우 조합원들이 각각의 공연을 올리는데 비해 망원동 브라더스 협동조합은 공연 한 편을 올리기 위해 개인 조합원들이 모였다는 게 다르다.

이 조합의 탄생은 ‘망원동 브라더스’의 홍현우 연출가와 김민섭 프로듀서의 대화에서 시작됐다. 홍 연출가는 27일 “배우들 사이에 이 작품을 다시 올리자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계속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에 제작에 나서기 어려웠다”며 “그런데 김 프로듀서가 협동조합 형태를 제안했고, 나는 물론이고 취지에 공감한 배우와 스태프들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프로듀서는 망원동 브라더스에 앞서 2014년 9월 극장나무 협동조합을 만든 장본인이다. 당시 젊은 극단 6개가 모여 공연장을 공동 운영하며 제작비를 절감했다. 쿱 페스티벌을 두 차례 주최하는 동안 참가 극단이 10개로 늘었다.

그는 “그동안 대학로의 연극 제작은 동인제 극단과 상업 프로덕션이라는 두 축으로 운영됐지만 최근 상당수가 망가졌다. 높은 제작비가 드는 상업 프로덕션은 위험부담이 크고, 동인제 극단은 지원금 의존이 너무 높아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연극계에서 협동조합이 계속 생기는 것은 냉정하게 말해 ‘생계형 의기투합’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적은 돈으로 연극을 만들기 위한 방식인 셈이다. 이런 방식이 대학로에 새로운 숨통을 트여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극단과 달리 협동조합은 지자체(서울시)의 허가를 받은 만큼 조합원 개인이 법적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조합원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제작비 등 회계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도 장점이다.

추연창 배우는 “연극계에서 우리 작품에 대해 관심이 높다. 이런 협동조합 방식이 새로운 제작 형태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기 때문이다”면서 “조합에 참가한 우리 배우들의 경우 돈을 직접 출자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는 등 작품에 대한 주인의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글=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