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박정희 정권의 유신헌법에 대한 각계의 반발이 거세지며 전국에서는 구국기도회가 열렸다. 당시 32세의 지역 시인 양성우씨는 광주 YWCA 구국기도회 때 자작시 ‘겨울공화국’을 낭독했다. 이 사건의 여파로 인기 있던 총각 선생이던 그는 광주 중앙여고에서 파면됐다. 시련은 계속돼 1977년에는 장편시 ‘노예수첩’ 때문에 구속됐다. 그의 수감 이후 자유실천문인협회의회 소속 문인들은 시집 ‘겨울공화국’(1977)의 출간을 감행했고, 그 여파로 다른 문인들이 구속되는 ‘겨울공화국 시집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렇듯 “문단에 발을 들여놓은 뒤부터는 상보다는 오히려 벌만 줄곧 받아온 사람”이라고 토로하는 양성우(74) 시인이다. 그가 시를 무기 삼아 시대에 저항하며 살아온 청장년 시절을 돌아보는 에세이 ‘지금 나에게도 시간을 뛰어넘는 것들이 있다’(일송북)를 최근 출간했다.
책에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온몸으로 맞섰던 4·19혁명, 중남미 혁명전사 체 게바라에 빠져들었던 학창시절, 대학에서의 문학운동과 민주화 운동, 고은 신경림 시인 등과 함께한 자유실천문인협의회 구성 등 독재정권 하 문인들의 저항 운동의 내막이 실감 있게 그려져 있다. 전남 함평 출신으로 가난한 농사꾼 집안 6남매 막내로 태어나 어렵사리 대학에 진학한 이야기 등 가족사도 버무렸다.
그는 1988년에는 야당인 평화민주당 후보로 국회의원에 당선 돼 4년간 정치판에 몸담기도 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요즘에는 글쓰기에만 매진 중이라는 그가 개인사를 털어놓기는 80년대 초반 유소년 시절 이야기를 쓴 ‘내가 읽은 모든 페이지 위에’ 이후 처음이다. 새삼 회고록을 낸 이유는 뭘까.
“‘노예수첩 사건’은 지난해 30년 만에 무죄선고가 내려졌다. 그것만으로도 나의 한이 눈곱만큼이라도 풀린 것이라고 자위해 본다. 그래서 힘겹고 괴로운 지난날의 내 삶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그 파란만장이 나의 운명이라고 여기면서 담담히 되돌아볼 뿐이다. 그 과정에서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을 골라 조각보처럼 듬성듬성 이어서 썼다.”
신경림 시인은 “대통령의 국정 농단으로 다시 겨울공화국이 된 작금의 상황에 순정한 투쟁과 혁명정신을 일깨워 줄 연대기”라고 평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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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무기로 시대에 저항한 시인의 삶
입력 2017-02-27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