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 질문 부담?… ‘출석 실익 없다’ 판단

입력 2017-02-27 00:02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조사와 특별검사 대면조사에 사실상 불응한 데 이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최종변론에도 불출석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박 대통령은 탄핵심판 대리인단과 청와대 참모들로부터 출석·불출석 의견을 모두 보고받은 뒤 최종변론 하루 전인 26일 이같이 결정했다.

박 대통령이 ‘시간 끌기’라는 비난 여론을 감수하면서 헌재에 출석하지 않기로 한 건 나가봤자 실익이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우선 박 대통령 측이 바랐던 ‘신문 없는 최후진술’이 어려워졌다. 박 대통령이 국회 소추위원이나 재판부의 ‘송곳 질문’에 답하다가 말실수라도 하면 향후 특검 및 검찰 조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망신주기성 질문에 시달리다 전략만 노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심판정에 서는 것 자체가 불명예라는 의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서면진술을 통해서도 박 대통령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종 결심은 대통령이 했기 때문에 우리도 불출석 사유가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차분하게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했다.

다만 청와대 내부적으론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을 막판 반전카드로 보고 긍정 검토해 왔던 만큼 허탈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박 대통령이 직접 탄핵심판 절차의 부당성을 지적하면 헌재도 ‘3월 초 선고’로 내달리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 등을 통해 검찰 조사와 특검 대면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검찰 조사는 수사의 편향성을 이유로, 특검 대면조사는 일정 유출을 문제 삼아 거부했다. 이후 박 대통령 측은 헌재 최종변론 출석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변론기일 연기를 요구해 왔다.

박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을 맞은 25일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앞에서 각각 열린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상황을 TV 생중계로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