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소아 조로증 환자인 홍원기(11)군의 소원이 이뤄졌다. 25일 홍군은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크리에이터 도티와 잠뜰을 만나 함께 게임을 즐겼다. 평소 궁금했던 닉네임 ‘도티’의 뜻도 묻고 1인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한 조언도 들었다. 본보와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이 지난해 말 ‘프레이포위시스(Pray for Wishes) 캠페인’을 시작하고 소원이 이뤄진 첫 사례다.
홍군은 토요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빌딩 사무실의 문을 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티와 잠뜰이 실제로 사용하는 1인 방송 시스템이 갖춰진 곳이었기 때문이다. 도티와 잠뜰은 ‘마인 크래프트’ 등 다양한 게임을 유튜브 등으로 중계하는 1인 콘텐츠 제작자다.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도티가 눈앞에 짠 나타났다. 홍군은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막상 ‘롤링스카이’ 게임을 시작하자 홍군은 원 없이 실력을 발휘했다. 도티는 “이 게임은 나도 어려워서 잘 못한다”고 감탄하면서 잠뜰과 함께 “오른쪽, 왼쪽! 와, 잘하는데요”라며 신나게 중계를 시작했다. 홍군 얼굴에 웃음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홍군은 2010년 머리카락이 나지 않고 키도 자라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조로증을 진단받았다. 2500만분의 1의 확률로 나타나는 희귀질환이다. 신체기능이 빠르게 노화하기 때문에 또래보다 몸이 작고 피부에는 주름이 많다. 홍군의 이야기를 접한 메이크어위시재단이 평소 좋아하는 도티를 만나고 싶다는 홍군의 소원을 들어주려고 행사를 준비했다.
게임을 마친 후 대화를 나누려 이동할 때도 홍군은 도티 옆에 착 달라붙었다. “어디 살아요?” “도티는 무슨 뜻이에요?” 질문이 줄줄이 이어졌다. 긴장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즐겁게 이어지던 대화를 마쳐야 할 순간. 홍군이 던진 마지막 질문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도티는 언제가 가장 힘들어요?”
도티는 “아이들은 크리에이터가 항상 즐겁다고 생각해서 이런 질문은 하지 않는다”며 궁금해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병마와 싸우는 홍군이기에 사람은 저마다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일찍 깨우친 듯했다. 도티와 잠뜰은 “원기가 투병 중이긴 하지만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즐거워하는 일들을 하면서 행복하게 지냈으면 한다”며 “우리를 찾아줘서 오히려 더 긍정에너지를 받았다”고 응원의 뜻을 전했다.
‘위시데이’를 마칠 때가 되자 홍군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기자가 “얼마나 좋았느냐”고 묻자 “그냥, 뭐”라며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이내 “전혀 피곤하지도 않고, 여기 더 있고 싶다”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 이주은(37)씨는 “원기가 집에 가면 들떠서 일기도 쓰고 (재단 봉사자들로부터) 선물 받은 캠코더도 바로 열어서 연구해 볼 것 같다”며 “해보고 싶은 게 많은 아이인데,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다 해볼 수 있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임주언 기자 eon@kmib.co.kr
소원 이룬 소년 “안 힘들어요”
입력 2017-02-27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