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소송을 위임받은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불출석에 대해 “사유를 알지 못하고 추측할 뿐”이라고 26일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출석하면 헌재의 구성과 심판 진행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결국 탄핵심판이 종착역을 향하는 상황에서 헌재의 공정성에 계속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박 대통령과 대리인단 내부에서 컸던 셈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행위를 효과적인 변론으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대리인단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 상태로 (불출석 의사가) 전달됐다”고 밝혔다. 일부 대리인은 박 대통령이 헌재에 직접 출석해 적극적인 해명을 하는 것이 탄핵심판에 유리하다는 의견을 폈다. 헌재 역시 “만일 출석한다면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편이 피청구인(박 대통령) 본인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안내했고, 신년 기자간담회와 선별적 언론 인터뷰 등 일방적인 ‘장외 변론’ 비판도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은 박 대통령이 직접 헌재에 나오는 경우 헌재소장 권한대행 이하 재판관 8인으로 구성된 헌재를 인정하게 되는 셈이라는 반론에 부딪혔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최근 들어 헌재의 최종변론기일 고지 이후 ‘재심사유’를 공공연히 언급하며 헌재의 권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일부 변호사는 심판정 내에서 “국회와 헌재가 편을 먹고 있다”고 언급했고, 심판정 밖에서는 “복종해야 하느냐”는 의문까지 제기했다.
실제 손범규 변호사는 25일 “‘구성’조차 안 된 헌법재판소에서 8인 또는 7인의 헌법재판관이 사건의 평의·선고를 하면 재심사유”라고 주장했다. 어디까지나 ‘9인 헌재’만을 인정할 수 있으며, 그 이외의 체제에서는 심리는 할 수 있어도 결정을 내리진 못한다는 주장이었다. 대법원이 탄핵심판 변론 종결 이후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후임 지명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히자, 손 변호사는 “강고한 국회 권력 앞에 눈치를 보는 모습”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피청구인석 출석은 “헌재의 선고 결과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주장과 배치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내부에서는 이러한 ‘8인 헌재’의 선고 결과에 복종할 수 없다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25일 주말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해 “조선시대도 아닌데 헌재의 결정에 복종하라면 복종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지난 22일 공개변론에서 주심 강일원 재판관을 향해 ‘편파진행’ ‘국회 측 수석대리인’ 등의 문제적 발언을 했다.
이날 오후 6시를 넘겨 헌재에 박 대통령의 불출석 의사가 전달될 때까지도 대리인단 내부의 찬반양론은 팽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 총 20명으로 구성된 박 대통령의 대리인단은 최근 심판정 내에서 고성을 주고받는 등 내부 의견이 통일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각자 대리’ 형태로 변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박 대통령 측 일부 변호사의 심판정 외 발언 등에서 나타나는 선고무효 주장 등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낮게 본다. 박 대통령이 심판정에 나오지도 않는 상황에서 계속되는 헌재 흠집 내기는 효과적인 변론이 못 된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양측은 27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최종변론을 갖는다. 국회 측은 탄핵소추사유별로 박 대통령의 파면이 마땅하다는 설명을, 박 대통령 측은 ‘중대한 법위반’이 아니며 기각돼야 한다는 뜻을 강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릴레이 변론’이 이어지며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에는 각각 30분이 주어졌지만 3시간12분을 소요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출석 땐 탄핵 심판 인정하는 셈… 헌재 공정성 ‘공격’ 염두에 뒀다
입력 2017-02-27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