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서울 광화문광장 등 전국 각지에서 107만명이 모여 촛불을 들었다. 광장을 꽉 채운 시민들은 특검 수사기한 연장과 박 대통령의 탄핵 인용을 촉구했다. 서울광장에서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동원한 탄핵 반대집회가 열려 맞불을 놓았다. 특검 종료와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양측 모두 총력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다시 타오른 100만 촛불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오후 4시부터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 2·25 전국집중 17차 범국민행동의 날’을 열었다. 박 대통령 취임 4주년과 특검 수사 종료기한이 맞물리면서 광화문에는 100만 시민(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올 들어 가장 많은 인파였다.
시민들은 박 대통령의 집권 4년을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집회에 15번째 참여한 최지애(42·여)씨는 “정치·경제·외교 중 잘한 부분이 하나도 없다”며 “국민과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텅빈 정부였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평택에서 온 박모(18)양도 “학생들에게 특히 안 좋은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우병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컸다. 지금까지 10여 차례 촛불집회를 찾았다는 임우택(69)씨는 “비상식적인 일을 시도 때도 없이 벌이니까 현실감각이 없어질 지경”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주부인 최모씨 또한 “눈에 뻔히 드러난 잘못을 부인하는 그들 태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오후 8시쯤 본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대기업들 본사가 위치한 종로 방면으로 나뉘어 행진을 진행했다.
시국 풍자 퍼포먼스
퇴진행동은 지난주에 이어 경고의 의미를 담은 레드카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오후 7시51분 촛불을 일제히 소등하고 특검을 연장하라는 요구를 담아 100만명이 5초간 함성을 발사했다. 퇴진행동이 미리 나눠준 빨간색 한지로 촛불컵을 감싸 붉은색으로 광장을 물들였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노래에 맞춰 붉은 파도가 넘실댔다.
기조발언을 맡은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검이 해야 할 일이 무척이나 많은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특검이 수사기한의 연장을 요청한 것을 묵살했다”며 “박 대통령 비호세력의 준동을 엄준히 심판하고 새 세상을 열기 위해 3월에도 모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만 촛불과 함께하는 다양한 공연도 펼쳐졌다. 일루셔니스트 이은결(36)씨는 탄핵정국을 풍자하는 마술 공연을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이씨가 시민 한 명과 함께 투명 상자를 가득 채운 지로 고지서를 향해 “우주의 기운을 모아 유니버설 파워”라고 외쳤더니 고지서가 모두 지폐로 바뀌었다. 이씨는 “세금이 자기 돈으로 바뀌었다”고 능청을 떨어 시민들의 호응을 자아냈다.
탄핵 반대집회…인화물질 등장
맞불집회 성격으로 시작됐던 탄핵 반대집회도 격앙된 분위기였다. ‘국민저항본부’로 이름을 바꾼 탄기국은 오후 2시부터 대한문과 서울광장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시민 30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붉은 무리 침략자’ ‘국민 선동 세뇌 언론’ 등 이념갈등을 부추기는 피켓들 사이에서 “좌빨은 가라”는 소리가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탄핵 배경에 종북세력이 있음을 부각시켜 이념대결로 몰아가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대형 성조기도 등장했다. 참가자들이 나눠주는 ‘한·미동맹이 바로서야 대한민국도 바로 선다’는 유인물에는 “차기 정부가 좌파정부로 이양될 시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같이 들어 하나임을 보여줘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모(68)씨는 휘발유가 든 통을 들고 무대에 오르려다 경찰에 연행됐다. 이씨는 “문재인 박원순에 불만이 많아서”라며 “몸에 불을 지르고 할복할 생각이었다”고 했다.
한편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협박한 20대도 이날 경찰에 자수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23일 ‘국민저항본부(탄기국·박사모)’ 카페에 이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죽이겠다는 글을 게시한 최모(25)씨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탄핵결정 앞두고… 주말 집회 막판 ‘勢대결’
입력 2017-02-26 18:27 수정 2017-02-26 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