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소설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 그는 생전 투우와 낚시, 사냥과 권투 등 격한 야외 활동, 4번의 결혼을 한 자유분방한 사생활 때문에 ‘마초 작가’로 유명했다. 하지만 작가적 명성이 날로 더해져 기자들이라면 누구보다 인터뷰하고 싶어 했던 당대의 셀러브리티였다. 53세이던 1952년에는 ‘노인과 바다’로 노벨문학상까지 받았다.
그러나 불과 2년 후 인생의 최고 정점에서 그는 비행기 추락 사고를 당했다. 그 후유증으로 예전 같은 건강을 다시 회복하지 못했다. 서서히 무너져가는 육체 및 정신과 맞서 싸우던 그는 결국 1961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헤밍웨이의 말’(마음산책)에는 노벨상 수상 이후 헤밍웨이가 61세로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마지막 인터뷰 4편이 실렸다. 인터뷰는 1939년부터 은둔했던 쿠바 아바나 자택에서 주로 이뤄졌다.
겨우 4편이지만 소소한 글쓰기 습관부터 심오한 작업 철학까지 글쓰기 대가를 입체적으로 만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를테면 헤밍웨이는 작업실이 있지만 침실에서 작업하기를 좋아했고, 독서대를 만들어 주로 서서 글을 썼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소설 제목 등은 어떻게 지었는지 등 시시콜콜해도 작가의 팬이라면 놓치고 싶지 않은 정보를 만날 수 있다. 작가 뿐 아니라 모차르트 같은 음악가, 고흐 고야 세잔 같은 화가 등에게서도 글쓰기를 배운다고 술회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작가는 우물과 비슷해요. 우물이 마르도록 물을 다 퍼내고 다시 차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규칙적인 양을 퍼내는 게 낫습니다.”
“작가가 관찰을 멈추면 끝장나는 거지요.”
툭 뱉듯이 던지는 말에서 위대한 작가 역시 글쓰기를 위해 매일매일 사투한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가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극도로 꺼려하며 ‘뭔가 빼앗기게 된다’ ‘사라져 버린다’ ‘겁이 난다’고 표현할 땐 그가 느꼈을 압박감이 팽팽하게 전해진다. 평전이 아닌 인터뷰이기 때문에 헤밍웨이의 참모습이 상대적으로 덜 분칠되어 민낯에 가깝게 드러나는 장점이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헤밍웨이의 마지막 삶 시시콜콜한 글쓰기 생생… 인터뷰 4편 실은 ‘헤밍웨이의 말’ 출간
입력 2017-02-26 1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