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deep] 1인가구 ‘숨은 숫자’… 통계 합치면 양극화 그늘 짙어져

입력 2017-02-27 05:03

지난해 저소득층 소득이 급감하면서 소득불평등 지표인 5분위 배율이 크게 악화됐다. 그러나 통계에 잡히지 않은 요인들을 감안하면 우리 사회의 ‘숨겨진’ 불평등은 더 크다. 1인가구의 절반 이상은 빈곤층이고, 출발선부터 다른 자산소득 편중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공약과 달리 분배에 소홀했던 박근혜정부의 예견된 정책 실패라는 지적이다.

26일 통계청의 ‘2016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5분위 배율은 4.48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 가구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것이다. 소득불평등 정도가 심화될수록 수치가 높아진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5분위 배율 지표는 실제 불평등 현상보다 축소돼 있다. 가계동향 통계는 2인가구 이상을 기준으로 한다. 1인가구를 포함하면 소득 5분위 배율은 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기준 1인가구는 500만을 넘어 4가구 중 1가구 꼴(27.2%)이다. 고령화와 비혼 현상으로 급증 추세이며, 이와 동시에 ‘가난한’ 1인가구도 급증세다. 1인가구의 빈곤율(가처분소득 기준)은 2012년 50.3%에서 지난해 50.5%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평균 빈곤율이 16.6%에서 16.0%로 줄어들었는데 1인가구만 더 높아졌다. 빈곤율은 중위소득의 50% 미만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임금소득이 아닌 부동산 등 자산소득 불평등은 더 심각하다. 가계동향 통계에서 가처분소득 지니계수(2015년 기준)는 0.295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에서 값이 클수록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같은 기간 부동산과 금융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순자산 지니계수는 0.592로 배 가까이 높아진다.

정부는 현 정부 들어 내내 소득불평등이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가계동향 통계 기준 지니계수가 2011년 0.311에서 매년 낮아지고 있다는 게 근거다. 하지만 가계동향은 설문조사 응답 위주로 작성되고 고소득층이 자신의 소득을 축소해 응답하는 경향이 있어 이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보다 정확한 국세청 자료를 토대로 보면 소득 양극화는 현 정부 들어 악화일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최상위 소득 비중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상위 1%의 소득 집중도는 14.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2000년 9.0% 이후 매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통계만을 내보이며 소득 재분배 정책을 외면했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조세정책을 통한 소득 불평등 완화 정도는 2015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4분의 1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자료를 내면서도 “정부 정책에 의한 소득 재분배 효과가 확대됐다”고 자평했다. 2015년 기준 지니계수가 1년 전에 비해 소폭 하락한 것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한 달 전인 3분기 기준 가계동향 통계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은 이미 나타났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지난해 초부터 5분위 배율이 상승 반전했고 가계소득은 감소세로 돌아섰다”면서 “이를 모를 리 없는 정부가 불과 두 달 전에 소득분배지표가 개선됐다고 발표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일러스트=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