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화평의 길’ 닦는 코소보 청소년들

입력 2017-02-27 00:00
코소보의 작은 도시 프리즈렌에서 지난 23일(현지시간) 열린 ‘유스 포 피스’ 프로그램의 매니저 알프레드씨(왼쪽)가 한국 방문단에게 코소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코소보의 수도 프리슈티나에서 84㎞ 떨어진 도시 프리즈렌(Prizren).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가 해킹을 당해 “알바니아가 세르비아인들에게 저지른 범죄를 세계가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가 뜬 지 3일 후여서 상당히 긴장됐습니다. 해킹이 알바니아인과 세르비아인 간 분쟁 때문인 것으로 분석돼 테러 발생 등이 우려됐기 때문입니다.

코소보는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알바니아인과 세르비아인 간에 심한 내전을 치렀습니다. 코소보 지역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알바니아인이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요구했고 이를 반대한 세르비아 정부군은 알바니아인을 학살했습니다.

내전은 끝났지만 학살의 피해자이자 다수인 알바니아인과 가해자지만 소수(인구의 7%)인 세르비아인, 두 민족 사이의 갈등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그 갈등을 소통을 통해 해결하려는 모임이 이날 이 도시의 한 건물 세미나실에서 열렸습니다. 알바니아인 청소년과 세르비아인 청소년들로 구성된 모임으로 국제구호개발NGO 월드비전이 주관한 ‘유스 포 피스(Youth For Peace)’ 모임이었습니다.

세미나실에는 청소년 20여명이 둘러 앉아 있었습니다. 한 알바니아인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세르비아인과 어울리지 말란 말이야, 알아 들었어?” 옆에 있던 알바니아인 여성이 거들었습니다. “너는 친척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모른단 말이야”. 이 이야기를 듣고 한 학생이 혼잣말을 했습니다. “그 아이들은 세르비아인이지만 내 친구야. 왜 그들과 친해지면 안 되느냐고.”

현재 알바니아인 가정을 그린 상황극이었습니다. 이어 알티나(18·여)가 알바니아인으로 사는 자신의 삶에 대해 털어놨습니다. 그는 “세르비아인이 무서워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반면 세르비아인 필립(13)은 “알바니아인이 공격할까봐 세르비아인들이 모여 사는 동네로 이사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상대편 또래들과의 모임을 통해 알바니아인이나 세르비아인이나 똑 같은 사람이며 모두 평화롭게 살길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매니저 알프레드(45)씨는 “두 민족이 공존하고 평화를 유지하려면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려면 자주 만나야 합니다. 유스 포 피스가 그런 기회 중 하나입니다. 특히 다음세대를 책임질 두 민족의 청소년 간 만남은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참가 희망자가 적고 확대·운영할 예산이 부족합니다. 현재 참가자는 200여명 수준. 코소보 전국의 청소년 가운데 1%도 안 됩니다. 예산은 월드비전이 지원합니다만 한계가 있습니다.

현지 사업장 참관차 방문한 정유신(44) 월드비전 경기북지역본부장은 “월드비전은 아동 결연과 후원이 주 사업이기 때문에 이 같은 평화사업에 사용할 수 있는 재정이 충분치 않은 게 고민”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이들이 화해하고 화평하면 이번 해킹 같은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평화사업을 후원하는 ‘피스메이커’가 절실합니다. 프리즈렌(코소보)=

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