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단 만찬 안간다”… 트럼프, 언론과의 전쟁

입력 2017-02-26 19:03 수정 2017-02-26 21:5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전인 2011년 4월 30일(현지시간)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회에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부터 언론과 대립각을 세워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론과의 갈등을 더욱 첨예하게 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CNN방송을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25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오는 4월 29일로 예정된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에 불참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번 불참 결정은 트럼프가 자신을 비판해 온 미국 주요 언론을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미국의 적’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트럼프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해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란 글을 올렸고, 제프 메이슨 백악관 출입기자단 간사는 이메일로 기자들에게 트럼프가 만찬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리며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지만 올해 행사는 ‘반쪽 진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메이슨 간사는 이어 “만찬은 (언론 출판 종교 결사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제1조와 건강한 공화국에서 독립 언론들이 한 역할을 기념하는 자리였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만찬 ‘보이콧’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극도의 피로를 이유로 1978년 만찬에 참석하지 못한 사례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81년 자신에 대한 암살 시도 이후 회복 중 만찬 참석자들에게 전화 인사만 전했던 전례 이후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불참한 최초의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연례 만찬에 불참을 통보한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미국 언론계에선 트럼프가 ‘버림받기 전에 먼저 버리겠다’는 식으로 선수를 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도 대통령과 불화를 빚은 언론사 출입기자들을 중심으로 만찬 보이콧이 논의되는 데다 잡지 뉴요커와 배니티 페어가 트럼프와의 갈등을 이유로 만찬 협찬을 거부하는 등 백악관 기자실을 둘러싼 난기류가 흐르자 트럼프가 일찌감치 맞불을 놓은 모양새다. 앞서 트럼프 당선 이후 지지층을 중심으로 대통령을 불편하게 하는 백악관 출입 기자단과 연례 만찬에서 만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

1920년부터 시작된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은 대통령이 정치적 농담을 곁들여 언론과 소통을 강화해 온 오랜 전통으로 유명하다. 이 자리에는 사회 각계 저명인사들도 초청되는데 과거엔 트럼프도 단골손님으로 종종 초청된 바 있다. 트럼프는 대권 행보를 본격화한 지난해엔 만찬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 전까진 참석한 만찬장에서 정치적 조롱거리가 되는 등 좋지 않은 기억이 많았다.

한편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미국 대통령과 언론의 신경전은 트럼프의 만찬 불참 통보 전날 또 다른 논쟁으로 불씨를 키웠다.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백악관 브리핑룸이 아닌 웨스트윙 사무실에서 비공식 브리핑을 진행하면서 CNN과 뉴욕타임스 등 반트럼프 성향의 주류 언론을 제외시킨 반면, 트럼프에 우호적인 일부 보수 매체는 비공식 브리핑에 불러 편파 논란에 불을 지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