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차기 회장 취임 앞두고 잡음 많은 건설협회

입력 2017-02-26 18:58
건설업계의 ‘전경련’으로 불리는 대한건설협회가 차기 회장 취임을 앞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회장 선거 과정의 혼란과 함께 중소·대형 건설사 간 갈등이 커지면서 ‘업계의 대변자’ 역할에 의문이 제기된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건설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유주현(64·사진) 신한건설 대표이사는 다음달 2일부터 정식 업무를 시작한다. 향후 3년간 7300여개 회원사를 둔 국내 최대 건설 권익단체의 수장으로 건설업계를 대표하게 된다.

문제는 유 회장의 ‘대표성’이다. 유 회장이 이끄는 신한건설은 국내시공능력평가 순위 683위에 그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업계를 대표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사안을 논의해야 하는데 교섭력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며 “중소건설사들이 회장 자리를 돌아가면서 맡은 관행 탓에 신뢰를 얻지 못하는 분위기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설협회 내부에선 대형사와 중소 건설사의 갈등이 깊다. 2011년 공공기관 발주에 대해 대형사는 자격 요건 강화를 주장했고, 주택건설이 유일한 먹거리인 중소건설사는 이를 반대하며 잡음이 일었다. 건설협회장은 회사 규모별로 상충하는 이익을 조율해야 하는 자리인데, 소규모 업체 출신인 유 회장이 적임자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해 회장 선거 당시 일부 지역에서 유 회장을 지지하는 인물로 대의원이 대거 교체된 것도 아직 의혹으로 남아 있다.

낙하산 인사 논란도 여전하다. 건설협회 임원 중 정내삼 상근부회장과 서만석 회원본부장은 국토교통부 출신이다. 이들 국토부 출신 임원이 협회 내부나 정부 관련 업무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마찰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2015년 8월 담합 관련 광복절 특별사면을 계기로 건설협회가 주도해 발표한 ‘사회공헌기금 2000억원’의 경우 출연액이 47억원에 그치고 있다. 건설협회가 과도한 액수를 발표해버려 업체들만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존재감이 거의 없는 건설협회가 비전 없이 이대로 운영되면 전경련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