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VX 암살’ 北 테러지원국 재지정 검토

입력 2017-02-27 00:02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 발생 13일째인 26일 오전(현지시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경찰 감식팀과 소방당국, 원자력위원회 관계자가 제독작업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

미국 정부가 맹독성 신경작용제 VX를 사용해 김정남을 살해했다는 의혹을 받는 북한에 대해 테러지원국가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NHK방송은 26일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안건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외교관과 공무원 신분인 고려항공 직원 등이 사건 용의선상에 오르면서 국가 차원의 소행이라는 추측이 강하게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NHK는 “각국에서 북한에 여러 제재를 부과하고 있지만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제재가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제 사회에서 더 고립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상원의 코리 가드너 의원을 비롯한 6명의 상원의원은 최근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가드너 의원은 “미 정부가 북한의 위협을 최우선으로 다루고 있다는 걸 분명히 하고, 북한 정권에 대한 압력을 높이기 위해 테러지원국 재지정과 세컨더리 보이콧(대북거래 기업 제재)을 포함한 선택 가능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미 하원에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법안이 공식 발의돼 있다. 이 법안을 주도한 공화당의 테드 포 하원의원은 “북한 김정은 정권은 국제테러집단”이라며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올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전문가들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VX 신경작용제를 공공장소에서 사용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테러행위”라고 지적했다.

테러지원국 지정 문제에 대해 미 국무부 관계자는 “말레이시아의 수사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정권 이양 단계여서 재지정에 대한 구체적 지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7∼2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34차 유엔 인권이사회 및 제네바 군축회의 고위급 회기에 참석한다. 이때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문제가 거론될지 주목된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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