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장관 6명 “이참에 北과 단교하라”

입력 2017-02-26 17:34
말레이시아 경찰 감식팀과 소방대원, 원자력위원회 관계자들이 26일 김정남이 신경작용제 VX 공격을 당한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2터미널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 주변에서 제독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다수의 말레이시아 장관이 “북한과 단교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김정남 암살 사건이 사실상 북한의 국가적 범죄임이 드러난 상황에서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는 북한을 더 이상 내버려둬선 안 된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읽힌다. 이미 아마드 자히드 하미디 부총리가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북한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다면 실제로 단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6일 현지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나즈리 압둘 아지즈 문화관광부 장관은 페락주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북한과 외교관계를 단절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는 “말레이시아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이득도 얻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과 단교한 지 5년이 넘은 일본은 아무런 문제도 겪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른 말레이시아 장관들도 북한과의 외교관계 재검토를 촉구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무스타파 모하메드 국제통상산업부 장관은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가 내정에 간섭했다”고 비판했다. 하이리 자말루딘 청소년·체육부 장관은 “내각회의에서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재검토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흐 오마르 주택·지방정부부 장관, 마지르 할릿 교육부 장관, 히사무딘 후세인 국방부 장관 등도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방 조하리 오펭 사라왁주 총리는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 말레이시아 외교부에 결정권을 넘긴다”고 밝혔다. 북한 근로자 80여명이 건설과 철강산업에 종사하는 등 북한과 오랫동안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이 지역마저 북한에 등을 돌린 것이다.

앞서 강철 대사는 김정남 암살에 외교관 등 북한 국적자가 개입했다는 현지 수사 당국의 발표에 반발해 기자회견을 열고 “말레이시아가 한국과 야합해 암살 사건을 조작하고 있다”고 억지 주장을 펼쳤다. 신경작용제 VX를 활용한 암살은 사실상 국제공항 테러라는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북한 측의 적반하장식 태도에 말레이시아인들의 북한에 대한 적개심이 커진 상황이다.















신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