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장 이성적인 모습으로 탄핵심판 결과 기다려야

입력 2017-02-26 18:09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이제 막바지에 왔다. 27일 최종변론이 끝나면 공개적인 논의는 종료된다. 헌법재판관들은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평의에 들어갈 테고, 이정미 재판관 퇴임일인 3월 13일까지 길어도 2주 안에 탄핵 여부가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어찌보면 평의에서 나올 결과보다 더 중요한 문제다. 국정공백을 감수하면서 탄핵심판을 진행한 것은 리더십을 바로세우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국가에 미래가 있다고 판단해 몇 달간 엄중한 국내외 상황을 잠시 미뤄둔 채 심판정을 열었다. 그 결론에 갈등과 혼란이 끼어든다면, 그래서 분열과 불복이 고개를 든다면 이 불행한 사태는 결코 미래로 가는 발판이 될 수 없다. 국가체계의 보루, 헌법과 법률에 따른 판단이 다른 요인으로 퇴색하고 마는 나라에서 어떤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나. 탄핵심판은 옳고 그름을 가리는 절차다. 이기고 지는 대결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탄핵심판이 종착점을 향해 갈수록 잡음이 커지고 있다. 광장은 촛불과 태극기로 나뉘었고, 재판관 신변안전을 위해 경호를 강화하는 지경이 됐다. 남은 기간 우리가 할 일은 숨을 죽이고 판단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이를 저해하고 있는 세 가지 ‘잡음’을 차단해야 한다. 첫째, 국가기관의 권위를 부정하는 행위가 용납돼선 안 된다. 박 대통령 측은 이미 “공소장은 검찰 의견일 뿐”이라며 검찰의 권위를 부정했고 “정치적, 편파적”이란 비난으로 특검의 권위를 부정했다. 이제 “탄핵소추 자체가 졸속”이라 주장하며 국회의 권위를 부정하고, “재판관이 법도 모른다”거나 “9인 체제가 아니면 재심 사유”라는 말로 헌재의 권위를 부정하고 있다.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불복의 명분을 쌓기 위해 국가를 부정하는 파렴치한 행태다. 즉각 중단해야 한다.

둘째, ‘자진사퇴설’이 더 이상 회자돼선 안 될 것이다. 헌재 결정 직전에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난다는 시나리오는 여권에서 먼저 입에 올렸고 야권 대선주자까지 거론하고 있다. 혼란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키우는 길이다. 지금 우리는 대통령 직무수행의 옳고 그름을 헌법과 법률에 비춰 따지고 있다. 리더십의 위기를 법치로 풀어가고 있는데, 돌연 중단시킨다면 정치와 음모만 남을 것이다. 이 경우 다음 대선은 한 시대를 정리하고 새 시대를 여는 무대가 될 수 없다. 셋째, 정치적 선동을 배척해야 한다. 지난 주말에도 많은 정치인이 광화문에서 많은 말을 쏟아냈다. 둘로 나뉜 광장에 찾아간 정치인도 둘로 나뉘었다. 가장 차분하고 가장 이성적인 모습으로 기다리고 받아들여야 할 역사적 탄핵심판의 시간에 선동적 언어가 늘어나고 있다. 모두 분열의 씨앗이 될 말이다. 2주 동안 이런 잡음을 얼마나 제거하느냐에 우리 미래가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