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남 독살에 화학전에 사용되는 신경성 독가스 VX가 쓰였다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발표는 충격적이다. VX는 현재까지 알려진 독가스 가운데 가장 독성이 강한 신경작용제로 수 분 만에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 유엔은 독가스를 대량살상무기(WMD)로 분류해 생산·보유·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김정은이 이런 화학무기를 이복형 독살에 사용한 것은 핵실험이나 미사일 도발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민간인이 오가는 국제공항 한복판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한 것은 명백한 테러 행위다.
북한은 세계 3위 수준의 생화학무기 보유 국가다. 국방부는 북한이 수포성, 신경성 등 25종에 걸쳐 화학무기 2500∼5000t을 저장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정도 보유량은 우리 국민 대다수를 살상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예측불허의 김정은이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김정남 독살은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에 가공할 위협이 현실임을 보여준다.
천인공노할 북한의 테러에 대해선 국제사회가 단호히 응징해야 마땅하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하니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북한의 손발을 묶어놓을 수 있는 실질적 제재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미국은 북한의 대한항공(KAL)기 폭파 테러 이듬해인 1988년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했다가 2008년 11월 해제했다.
국제사회 공조에는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때마다 유엔의 제재 조치가 있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은 중국이 대북제재에 미온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제사회에 북한의 반인륜적 범행을 알려 북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와 압박을 끌어내도록 해야겠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7∼28일 유엔 인권이사회와 제네바 군축회의에 참석한다. 이번 사건을 국제 이슈화해서 북한에 대한 최고조 압박이 가해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두 차례 핵실험과 24회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신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깡패국가’를 방치했다가는 우리가 위험해질 수 있다.
[사설] 대량살상무기 사용한 북한, 국제사회 응징 필요하다
입력 2017-02-26 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