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을 계기로 본격적인 대북 인권 공세에 다시 나섰다. 김정남 암살 과정에 국제법상 금지된 맹독성 신경작용제 VX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는 북한의 생화학무기 보유도 함께 문제 제기하기로 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유엔 인권이사회와 제네바 군축회의 고위급회기 참석차 27∼28일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한다고 외교부가 26일 밝혔다. 윤 장관은 유엔 인권이사회와 군축회의에서 연설 일정을 소화하고 자이드 빈 라아드 자이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 등과도 면담한다.
윤 장관은 특히 유엔 인권이사회 기조연설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이 심각한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할 예정이다. 김정남 피살 사건을 언급하며 북한 정권의 잔혹함을 집중 조명한다는 취지다.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해서는 인권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논의가 현장에서 이행돼야 한다는 점도 함께 강조하기로 했다.
윤 장관은 제네바 군축회의 연설에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단합 필요성을 강조하고 핵군축·비확산 체제 강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입장도 밝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량살상무기(WMD)로 규정한 VX를 북한이 김정남 암살에 사용한 점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규탄할 예정이다.
윤 장관은 출국 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남 피살 사건은 국제법상 금지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반인륜적·반인권적 행위이고 국제사회가 크게 규탄하는 사안”이라면서 “이런 점을 조목조목 따져 국제사회에서 여론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당초 외교부는 이번 행사에 안총기 외교부 2차관을 보내려 했으나 북한이 김정남 암살에 VX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장관급으로 격을 높였다. 북한 측 수석대표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장관급인 이용호 외무상이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말레이시아와 남한이 결탁했다’는 등 음모론을 제기하거나 아예 행사 자체를 보이콧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한·미·일 3국 6자회담 수석대표는 27일 미국 워싱턴에서 회동한다.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조지프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 자리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법을 조율할 예정이다. 이번 협의에서는 특히 김정남 피살을 계기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문제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北 인권 조목조목 따진다… 차관 보내려다 장관이 직접 제네바行
입력 2017-02-26 18:18 수정 2017-02-26 2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