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상흔 딛고… 한국 관광객 유치에 안간힘

입력 2017-02-26 21:28
일본 구마모토 대지진 당시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구마모토현 아소시의 아소화산박물관(왼쪽)과 70년 된 목조 주택을 개조해 만든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의 미키야 카페.
미키 마사아키
일본 규슈의 구마모토 대지진이 발생한 지 26일로 만 10개월여 시간이 지났다. 최근 찾은 구마모토에서는 현지 주민들이 대지진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고 관광객의 발길을 다시 붙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활화산 박물관인 구마모토현 아소시의 아소화산박물관은 지진 피해를 입고 지난해 10월에서야 다시 문을 열었다. 박물관 벽과 천장에서 군데군데 균열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박물관 학예사 가츠노리 도요무라(31)씨는 “박물관을 찾은 학생들에게 항상 지진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말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일본에 안전한 곳은 없고, 나부터라도 지진 대비를 게을리해선 안 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고 말했다. 박물관 직원들은 지진 이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칼데라(화산 폭발로 움푹 파인 산 정상) 능선을 따라 아소산 중턱에 위치한 박물관까지 향하는 길은 복구공사가 이어졌고, 지진 이후 문을 닫은 음식점과 기념품점도 재개장 준비에 한창이었다.

규슈올레는 지진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17개 코스 중 하나인 오쿠분고 코스는 오이타현 분코오노시 아사지역과 다케다시 성하마을을 잇는 11.8㎞의 올레길을 통해 기존 관광지를 활성화시켰다. 규슈 최대의 마애석불을 볼 수 있는 후코지절, 9만년 전 분출된 마그마가 굳어져 장관을 빚어낸 소가와 주상절리, 구주연산과 소보산, 아소산을 잇는 산맥이 만들어낸 풍광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오카산성까지 한걸음에 닿을 수 있다. 규슈올레를 운영하는 규슈관광추진기구는 한국어 가이드북을 제작·배포하는 한편 한국 관광객 대상 설문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이 코스를 찾은 관광객 1767명 중 한국인이 542명일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애향심은 지진 피해를 이겨내는 원동력이었다. 미키 마사아키(60)씨는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 단카시장 인근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미키야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마을에 들른 사람들에게 쉴 곳을 마련해 주고 싶다는 소망에서 시작된 일이다. 3대째 살던 70년 된 목조 주택을 2013년 개조해 카페로 만들었다. 여느 프랜차이즈 카페와 달리 신발을 벗고 카페 안으로 들어서면 내 집처럼 편히 쉴 수 있는 소박한 공간이 펼쳐진다. 미키씨는 “수익이 많진 않아도 힘이 닿을 때까지 마을 활성화를 위해 이 공간을 꾸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서일본고속도로는 올해부터 규슈를 방문하는 외국인 방문객을 대상으로 정액제 고속도로 패스(KEP·Kyushu Expressway Pass)를 상시 발권하고 있다. 구마모토 대지진 이후 침체된 지역 관광을 되살리기 위해서다. 렌터카를 이용해 규슈의 숨은 명소를 찾는 관광객은 교통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구마모토=글·사진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