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재명 “이제 그만 끝내자” vs 안희정·안철수 “탄핵 절차 따라야”

입력 2017-02-27 05:00
박근혜 대통령의 자진사퇴 여부를 놓고 야권 대선주자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진사퇴로 국가적 갈등 상황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 안희정 충남지사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사회적 혼란이 가중된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은 박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촉구하고 있다.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로 민심이 분열된 상황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정치적 사면 논란을 의식해 탄핵 절차는 예정대로 지속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25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탄핵을 늦추려 발버둥치는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박 대통령의 자진사퇴가 정치적 타협을 위한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여권에서 군불을 때고 있는 ‘자진사퇴 시 탄핵절차·검찰수사 중단’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경수 경선 캠프 대변인은 26일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난다면 사회적 갈등 치유에 도움이 되고, 국정 공백을 조금이라도 빨리 끝낼 수 있다는 판단”이라며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말로가 좋지 않았던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탄핵이 인용돼 불명예 퇴진하는 것보다는 박 대통령 스스로 결단하는 것이 ‘더 나은 그림’ 아니겠냐는 것이다.

이 시장도 지난 23일 “박 대통령이 탄핵이 인용돼 물러나는 것보다 하루라도 빨리 (스스로 청와대를) 나가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 역시 헌재의 탄핵심판은 박 대통령 퇴진 여부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 시장은 박 대통령의 구속도 주장하고 있다.

중도 표심을 공략하고 있는 안 전 대표와 안 지사는 탄핵심판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시점에서는 헌법절차를 따르는 것이 맞는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 자진사퇴 시 탄핵심판 지속 여부에 대한 법리공방 등 사회적 혼란만 더 커진다는 우려다. 안 지사도 지난 23일 “(자진사퇴론에 대한) 정치적 논의나 타협의 시기는 지났다”고 일축했다.

박 대통령 자진사퇴 여부를 놓고 야권 주자 간 입장이 갈리는 것은 각각의 정치적 입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진보 진영이 주요 지지층인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은 사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박 대통령을 압박해 ‘나쁜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 ‘시민의 분노’를 결집하는 데 유리하다. 반면 중도층에 기대고 있는 안 지사와 안 전 대표는 ‘준법성’과 ‘안정감’을 부각해 중도 표심을 공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박 대통령이 27일 헌재의 탄핵심판 최종변론에 불출석키로 한 데 대해 일제히 성토했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박 대통령 측이 헌재 출석을 언급했던 게 결국 책임 있는 소명이 아니라 시간끌기용이었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권 대선주자들도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안 지사 측 박수현 대변인은 “대한민국을 위기에 빠뜨린 무능대통령, 검찰과 특검 조사를 거부한 거짓말 대통령도 모자라 헌재 신문을 회피한 비겁한 대통령까지 됐다”며 “결국 탄핵만이 해답”이라고 했다.

글=최승욱 백상진 기자 applesu@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