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이 육신이 돼 우리 가운데 오신 주님은 태어난 곳부터가 베들레헴 마구간 말구유였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생명을 노리는 헤롯에게 쫓겨 이집트까지 고난의 피난길을 갔습니다. 십자가를 지기까지 가진 것이라곤 몸에 걸쳐 입을 옷과 연명을 위한 최소한의 음식이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십자가 위에서 세상을 떠날 때, 피와 물 한 방울까지 다 주고 가셨습니다.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은 우리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하신 말씀이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눅 23:43)입니다. 그런데 감히 제가 예수님처럼 살 수 있을까요.
제가 이사장으로 섬기는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이 창립된 것은 2001년 12월입니다. 뜻있는 감리교회 목회자들이 모여 예수님처럼 사는 삶을 의논하다 장기이식 운동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인들은 뿌리 깊은 유교사상으로 인해 장기 기증을 꺼렸습니다. 화장 장려와 헌혈운동, 그리고 장기기증 서약 운동부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각막이식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의 빛을 찾아주는 일까지 하고 있습니다.
만수중앙감리교회 김성남 권사는 119 구조대원이자 소방관입니다. 일찍이 장기기증 서약을 했고 소아암 환아에게 자신의 조혈모세포(골수)를 기증했습니다. 평소 어려움을 당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와서 장기이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한번은 병원에 입원한 김 권사를 만났습니다. 자신의 골수가 누구에게 이식이 됐는지는 모르지만 백혈병으로 치료 중인 소아암 환아의 생명을 살렸다고 생각하니 이제야 조금이나마 보람된 일을 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장기기증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 수준은 아직도 미미합니다. 인간의 육신은 자연의 일부분입니다.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하와는 창조주 하나님이 흙으로 빚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동안 숨을 쉬어야 하고 물을 마셔야 하고 식물을 먹으며 살아갑니다.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자신의 삶의 가치를 그대로 땅에 묻지 말고 살아있을 때 혹은 죽을 때 신체의 일부인 각막이나 장기를 기증해 생명연장을 간절히 소망하는 누군가에게 새 생명을 준다면 얼마나 보람되고 신나는 일이겠습니까.
전국의 병원마다 장기기증을 기다리는 말기 환자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뇌사 시나 사후에 각막과 장기를 기증할 수 있도록 장기기증희망등록을 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습니다.
저는 나이가 들었습니다. 생전에 신장이나 간 등을 기증할 수 있느냐고 병원에 문의한 적이 있지만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 세상 믿음으로 살다가 하나님의 부름을 받을 때 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다 주고 가겠노라 다짐했습니다. 저로 인해 한 생명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임석구 만수중앙감리교회 원로목사
[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예수님처럼… 다 주고 가겠습니다
입력 2017-02-27 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