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늘어진 김정남 사진 보면 VX 사용 확실”

입력 2017-02-24 21:21

국내 법의학계 원로인 이정빈(71·사진) 단국대 법학과 석좌교수는 2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정남이 피습 직후 축 늘어져 있는 사진을 보면 치명적인 신경작용제인 VX가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몸에 있는 근육은 세포 하나하나에 신경이 붙어 있다. 이 신경 끝에서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면 근육이 흥분하면서 수축작용이 일어난다. 수축 뒤에는 아세틸콜린이 사라지고 다시 근육이 이완된다. 이때 아세틸콜린을 파괴해 근육 이완을 돕는 ‘아세틸콜린에스터레이스’라는 물질이 분비된다.

이 교수에 따르면 VX는 이 아세틸콜린에스터레이스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 결과 근육이 계속 흥분하게 되고, 수축 작용만 이어진다. 이 교수는 “VX가 처음 들어가면 근육 수축부터 일어나게 되고, 근육 수축이 과도해지면서 나중에는 근육이 축 늘어지게 된다”며 “김정남의 몸이 사망할 때 늘어진 이유도 VX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VX는 횡격막에도 작용한다. 이 교수는 “배와 가슴 사이를 분리하는 근육인 횡격막은 VX의 영향으로 수축만 하게 된다”며 “이완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결국 숨을 쉴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언론에 공개된 김정남은 눈을 감은 채 축 늘어진 모습이었다. 괴한의 공격을 받은 뒤 공항 내 치료시설로 옮겨졌을 때 그는 눈을 감은 채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VX는 액체일 때보다 가스로 살포할 때 살상력이 더 커진다. 기체화된 VX는 점막이나 피부, 호흡기로 곧바로 흡수된다. 이 교수는 “VX를 호흡기로 흡수할 경우 1㎥의 공간에서 1분 동안 15㎎만 들이마셔도 반수치사량(실험 대상자 절반이 사망하는 수치)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