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측이 27일로 확정된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을 늦추기 위해 변수 만들기를 거듭하고 있다. 이번에는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후임자 지명 문제를 빌미로 삼았다. 대법원이 이르면 다음 주 이 대행의 후임자를 지명할 거란 소식이 전해진 24일 대통령 측 대리인단과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일제히 변론기일 연기를 요청하고 나섰다.
대법원은 이 같은 기류에 서둘러 진화(鎭火)에 나섰다. 대법원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이 종결된 이후 지명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구체적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법원은 자칫 정치적 논란에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로 후임자 인선 여부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해 왔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재의 모든 변론이 끝난 뒤 탄핵심판에 영향이 없는 상황에서 지명하겠다는 뜻”이라며 “불필요한 오해나 억측이 없길 바란다”고 선을 그었다. 헌법재판관은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3명씩 지명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재판관 후임자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명한다.
이날 대법원 안팎에서는 “27일 퇴임하는 이상훈 대법관 후임자는 제청조차 되지 못한 상황에서 (탄핵심판 논란에) 엉뚱하게 휘말렸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대법원 측은 “탄핵심판 절차에 지장을 주거나 영향을 미치려는 의사가 전혀 없다”며 “헌법 등에 부합하는 적정한 후임자 지명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도 최종 변론기일 일정은 변함없다고 재차 천명했다. 배보윤 헌재 공보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종 변론기일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27일이 최종 변론기일이다. 8명의 재판관이 합의해 고지했고 변경된 것은 없다”고 일축했다. 배 공보관은 “설사 오늘 (후임자가) 지명된다 해도 절차 진행과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사법부 최고기관이 신속한 진화에 나선 건 최근 탄핵심판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 양상이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 손범규 변호사는 이날 “변론 종결 일자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을 (헌재에) 제시할 예정”이라며 “서면(書面) 제출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회 소추위원 측은 “헌재가 밝힌 일정대로 탄핵심판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소추위원인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탄핵심판 일정은 그동안 변론 진행 정도와 여러 사항을 고려해 재판부가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진태 의원 등 자유한국당 법사위원 3명은 이날 “퇴임한 박한철 헌재소장과 이 재판관 후임자 인선을 서둘러 공정한 탄핵심판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 재판관 후임자가 임명되면 헌재는 7인 체제라는 부담감을 전혀 가질 필요가 없다”며 “이 재판관 임기가 끝나는 다음 달 13일까지 탄핵심판을 진행하다 후임자에게 넘기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소추위원 측 대리인단은 297쪽 분량의 종합 준비서면을 지난 23일 밤 제출했다. 국회 측은 “헌재에 제출했던 서면 40여개를 요약 정리했다”며 “최종 변론기일에 구술할 최종변론문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헌재는 지난 23일까지 종합 서면을 받고 다음날인 24일 최종 변론기일을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통령 측 반발로 최종 변론은 27일로 연기됐다. 대통령 측은 이날도 종합서면을 내지 않았다.
양민철 김경택 기자 listen@kmib.co.kr
[투데이 포커스] 朴측 “최종 변론기일 연기” 판 흔들기
입력 2017-02-24 17:41 수정 2017-02-24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