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난파 위기에 처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결국 후임 회장을 구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GS그룹 허창수 회장이 또다시 연임하기로 했다.
전경련은 정경유착 근절, 투명성 제고, 싱크탱크 역할 강화 등 전면 쇄신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는 정경유착에 대한 책임이 있는 허 회장의 연임은 부적절하다며 전경련 즉각 해체를 요구했다.
전경련은 24일 회장단과 재계 원로들의 의견을 모아 허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허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제36대 회장으로 정식 취임했다. 허 회장은 2011년 2월 33대 회장으로 추대된 이후 세 번째 연임하게 됐다. 전경련 회장의 임기는 2년이다. 퇴임하는 이승철 상근부회장 후임에는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이 선임됐다.
허 회장은 현 상황을 수습하는 게 가장 ‘책임 있는 자세’라고 판단해 회장직을 다시 맡았다는 전언이다. 전경련은 재계와 관계 등에서 차기 회장 후보를 물색했으나 대부분 고사해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막판까지 CJ 손경식 회장이 후보로 거론됐으나 결국 영입이 무산됐다.
허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전경련의 ‘환골탈태’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경유착 근절, 투명성 제고, 싱크탱크 강화 등 세 가지 혁신 방향을 제시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지원 등으로 논란이 일었던 사회협력 회계도 폐지하고, 투명한 운영을 위해 사업과 회계 등 모든 활동을 공개키로 했다.
혁신위원회를 신설하고 쇄신안 마련에도 나선다. 허 회장을 위원장으로 이건산업 박영주 회장, 삼양홀딩스 김윤 회장, 코오롱 이웅열 회장 등 내부 인사 4명과 외부 인사 3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미국 헤리티지재단 같은 싱크탱크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
하지만 최근 전경련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허 회장이 다시 회장을 맡은 데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허 회장은 전경련이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을 주도할 당시 회장을 지냈다. 따라서 쇄신 대상이 쇄신을 주도한다는 비판이 다시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허 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세력과 재벌기업 사이에서 중개업자 노릇을 한 전경련의 행태에 대해 가장 먼저 책임져야 할 인사”라며 “전경련은 스스로 해체를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국민은 전경련이 어떤 쇄신책을 제시해도 믿지 않는다”며 “사퇴 약속을 저버린 허 회장은 말뿐인 사과와 쇄신 꼼수를 중단하고 자발적 해체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국내 최대 철강기업이자 재계 서열 6위인 포스코는 이날 전경련을 탈퇴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그동안 맡아온 전경련 부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난파 위기 전경련 회장 ‘도로 허창수’
입력 2017-02-25 00:01 수정 2017-02-25 0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