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점점 거세지는 발언… 美, 북한과 ‘强-强’ 대치?

입력 2017-02-24 17:56 수정 2017-02-24 21:26
트럼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북한 관련 내용은 북·미 관계가 ‘강 대 강’ 구도로 흐를 것이란 전망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매우 위험하고 용납할 수 없다” “매우 화가 나 있다”고 했다.

이는 지난 12일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 발사와 그 이튿날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북극성 2형 발사가 어느 정도 예견됐다면 김정남 암살 사건은 북한 체제 자체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불신을 높이는 촉매가 됐을 수 있다. 지난 16일 주요 20개국 외교장관회의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만난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은 김정남 암살에 대해 “매우 비상한 사건”이라고 언급했다.

출범 초기 잇따른 사건들로 트럼프 정부도 오바마 정부와 마찬가지로 북·미 대화의 계기를 잡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북한은 2009년 4월 대포동 2호 실험에 이어 5월에는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오바마 2기 행정부가 출범한 2013년 2월에는 3차 핵실험도 단행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24일 “트럼프 정부가 출범 이후 여러 상황을 고려했다면 지금 상황에선 강경 대응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북한 역시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도발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이나 핵실험 등의 카드도 꺼낼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 정책 라인이 대거 공석인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얼마나 실행력을 가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직 미국 행정부의 대북 구상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미국이 얼마든지 다른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을 줄곧 비판해온 만큼 어떤 식으로든 북한 문제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인식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관련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아 대북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번 발언들로 강경 노선이 굳어졌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