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지휘해온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수사 종료 후 본격화될 미래전략실 해체 등 삼성그룹 쇄신 작업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이르면 3월 초 쇄신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4일 이사회를 열어 10억원 이상의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 지출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공개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 부회장과 장 사장은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오래전부터 표명한 것으로 안다”며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 두 사람도 자연스럽게 물러나는 수순을 밟게 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최 부회장은 ‘삼성의 2인자’로 꼽힌다.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과 부회장을 거쳐 2012년부터 미래전략실을 지휘해 왔다. 이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의 빈자리를 대신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당초 약속대로 미래전략실 해체 방침이 정해지면서 물러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전략실은 특검 수사기간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이르면 다음주 해체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7일 이 부회장이 구속되자 비상상황을 헤쳐나가려면 미래전략실은 당분간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결국 조기 해체로 방향이 정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미래전략실 해체를 약속한 만큼 이를 실행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며 “미래전략실을 대체하는 기구나 조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래전략실 해체 후에는 일부 사장단 인사와 신년 경영계획 수립 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전략실에 있던 임원들이 소속 계열사로 복귀하면 인사가 불가피해 그동안 미뤄졌던 임직원 인사도 순차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이 사라지면 각 계열사들은 자율 경영과 이사회 활동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계열사 간 의사소통이나 업무 조정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에서 분담할 것으로 전해졌다. 2008년 삼성특검 당시 미래전략실 전신인 전략기획실이 해체된 뒤에는 업무지원실이 상설 조직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삼성은 미래전략실 기능을 유지하는 어떤 조직도 두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10억원 이상의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 지출은 사외이사가 과반수를 차지하는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그 내용은 외부에 공시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기부금에 한해 자기자본의 0.5%(약 6800억원) 이상, 특수관계인은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이사회 의결을 거쳤다.
삼성전자는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에 대한 사전 심사 강화를 위해 ‘심의회의’를 신설한다. 심의회의는 법무, 재무, 인사, 커뮤니케이션 부서의 팀장이 참여해 매주 한 번 모여 심사를 진행한다. 1000만원 이상의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이 심의 대상이다. 삼성의 다른 계열사들에도 같은 규정이 적용될 전망이다. 이번 안건은 다음 달 24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최지성·장충기 퇴진키로… 삼성, 쇄신 속도 낸다
입력 2017-02-2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