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4일 발표한 가계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가구당 실질소득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가계지출 감소율은 2003년 가계동향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가구들은 허리띠를 더 강하게 졸라맸다. 우리 경제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가계경제가 위기에 빠진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한가한 모습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올해 세 번째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양호하다”고 자평했다. 근거로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수준으로 유지했다는 점을 들었다. 수출의 4개월 연속 회복세, 연초 해외 인프라 수주도 언급하며 대외부문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불황을 온몸으로 견뎌내고 있는 국민들 입장에서 유 부총리의 발언은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가계경제의 위기는 소득기반이 약해지고, 무너진 데 원인이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근본적 해법을 직시하지 않는다.
이날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이 주재한 물가관계차관회의 겸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선 오는 4월까지 배추 무를 집중 공급하는 등 채소류와 수산물의 가격안정에 나서겠다는 대책이 나왔다. 수산물 직거래장터도 개설키로 했다. 물가 안정도 중요하다. 다만 지금은 가계지출을 관리하는 것보다 소득 증대가 더 시급하다.
전날 정부가 내놓은 내수 활성화 대책도 마찬가지다. 가계소득을 늘리겠다는 의지나 고민은 엿보이지 않았다. 민간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국책연구기관까지 땜질식으로 반복되는 탁상행정이라는 혹평을 내놓고 있다.
유 부총리는 “정국이 혼란한 상황에서 경제팀이 중심을 잡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하지만 무엇이 달라졌는지 의문이다.
세종=유성열 경제부 기자 nukuva@kmib.co.kr
[현장기자-유성열] 상황 인식 못하고 불발탄 퍼붓는 경제팀
입력 2017-02-24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