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에 스캔들’ 아베 잡나

입력 2017-02-24 18:11 수정 2017-02-24 21:03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54·사진) 여사가 국유지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여 개교 예정인 우익 성향 초등학교의 명예교장직에서 물러났다. 중의원 예산위원회가 매각과 관련한 회계 감사에 착수하면서 관련 스캔들을 극구 부인하던 아베에게도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4일 NHK방송에 따르면 독립 감사기관인 일본 회계검사원은 전날 “모리토모학원에 대한 국유지 헐값 매각 논란을 확인하고 사실관계를 다각적으로 검사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재무성은 지난해 6월 오사카부 도요나카시에 있는 국유지 8770㎡를 1억3400만엔(약 13억4100만원)에 학교법인 모리토모학원에 매각했다.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재무성 긴키재무국은 토지 감정가가 9억5600만엔(약 96억5600만원)이었지만 오염물 제거비용 8억1900만엔(약 81억9600만원) 등을 제외했다고 밝혔다. 2010년 인근 비슷한 면적의 토지는 14억엔(약 140억원)에 팔렸다. 또 매매계약 전인 2015년 5월 교사 건축을 위해 부지 임차 계약을 할 당시 정부가 오염물 제거 작업비 명목으로 학원 측에 1억3176만엔(약 13억1900만원)을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모리토모학원은 우익 인사인 가고이케 야스노리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우익단체 ‘일본회의’의 오사카 지역 임원이면서 학부모에게 “한국인이 싫다”는 혐한 편지를 보냈던 쓰카모토 유치원도 운영한다. 아키에는 2014년 쓰카모토 유치원을 방문했다가 원생이 “아베 총리는 일본을 지켜주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에 감동받아 신생 초등학교의 명예교장으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모리토모학원은 같은 해 “아베 총리를 기념하는 초등학교를 열겠다”면서 기부금도 모았고, 이를 통해 오는 4월 이곳에 ‘미즈호의 나라 기념 초등학교’를 열 예정이다.

아베는 지난 1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나와 아내가 관련됐다면 총리와 국회의원을 그만두겠다”고 부인했다. 이날도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매각은 적법했고 난 관여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아내가 명예교장직 제안을 받고 수차례 거절했지만 강연하던 중 공개적으로 이야기가 오가 어쩔 수 없었다”며 “기금 마련에 내 이름이 사용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고 상대방이 사과했다”고 덧붙였다.

당 차원의 조사단을 꾸려 진상 규명에 나선 정치권은 의혹을 집중 추궁하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공명당 이노우에 요시히사 간사장은 “감정가 10분의 1로 국유지를 매매한 것에 국민은 의문을 표한다”며 “정중히 설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진당 쓰지모토 키요미 의원은 “헐값 매매 피해자는 아베 부부가 아니라 국민”이라며 “끝까지 조사하도록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