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도… 소득·소비·분배 모두 악화

입력 2017-02-25 05:03

지난해 대한민국 가계는 지갑에 빗장을 걸었다. 경기침체에 소득이 줄고,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엄습하면서 숨통이 턱턱 막혔다. 주요 가계지표를 보면 현재 경제상황을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한창이던 2009년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저소득층은 마른 수건까지 쥐어짰다.

24일 통계청의 ‘2016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실질소득이 그나마 전년 대비 0.4% 감소에 그친 것은 외적 요인이 컸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줄어들었던 사업소득이 기저효과로 0.5% 늘어났다. 이전소득도 1.1% 증가했다. 다만 기초연금 도입 효과가 감소하면서 증가율은 둔화됐다.

반면 가구소득에서 가장 비중이 큰 근로소득은 전혀 늘지 않았다. 저금리 영향으로 재산소득은 19.2%나 줄었다. 경조소득, 퇴직수당 등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비경상소득도 15.3% 감소했다.

가계의 씀씀이는 더 쪼그라들었다. 통상 같은 지출규모를 유지한다면 소비자물가가 오른 만큼 지출액이 늘게 된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1.0% 상승했다. 소비지출 역시 1.0%가량 늘어야 씀씀이가 유지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물가 상승분을 제거한 실질 월평균 소비지출은 1.5% 감소했다.

평균소비성향은 곤두박질쳤다. 평균소비성향은 세금, 보험료 등 경직성 비용지출을 빼고 가구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지난해 평균소비성향은 71.1%로 전년 대비 0.9% 포인트 떨어졌다. 2010년 77.3%로 정점을 찍은 뒤 6년 연속 하락세다. 2012년부터는 5년 연속으로 최저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평균소비성향이 계속 하락한다는 것은 가구가 돈 쓰기를 주저하고 있다는 의미다.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고 고용난이 심화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결과다. 저출산과 고령화 영향으로 소비지출이 줄어든 측면도 있다.

조금씩 나아지던 소득 양극화는 다시 나빠졌다. 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해 4.48배로 조사됐다. 2008년(4.98배)을 정점으로 매년 줄어들었으나 지난해 반등했다. 소득 5분위 배율이 낮을수록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격차가 적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44만7000원으로 2015년보다 5.6% 감소했다.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이다. 영세 자영업자의 폐업이 속출하면서 사업소득은 17.1%나 내려앉았다.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줄어든 영향으로 근로소득은 9.8% 감소했다. 2분위 가구의 소득도 0.8% 줄었다.

반면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834만7900원으로 1년 전보다 2.1% 증가했다. 사업소득이 6.6% 감소했지만, 근로소득이 5.6% 늘면서 전체 소득은 올랐다. 3·4분위 가구의 소득은 각각 0.2%, 1.3% 늘었다.

1분위 가구는 지출도 줄였다. 1분위 가구의 지난해 월평균 소비지출은 126만8500원으로 2015년 대비 1.1% 감소했다. 이와 달리 5분위 가구는 지출을 늘렸다. 지난해 5분위 가구의 소비지출은 397만9600원으로 1.1% 늘었다. 1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전년 대비 6.2% 감소했지만, 5분위는 1.9% 증가했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