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받는 현대상선 몸집 키운다

입력 2017-02-24 18:07
현대상선이 주식과 전환사채(CB) 발행 규모를 대폭 확대하며 자본 확충 수단을 마련했다. 정부로부터 7000억원대 자금을 지원받아 몸집 키우기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24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발행 예정 주식 총수와 CB 발행 한도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관 일부변경안을 의결·승인했다고 밝혔다.

주식 발행 총수는 6억주에서 10억주로, CB 발행 한도는 8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늘어났다. 현대상선 측은 “임시 주총 결의로 정부와 산업은행, 채권단의 지원을 원활히 받을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정부로부터 계획된 자금을 지원받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금융 당국은 최근 현대상선 측과 만나 한국선박해양을 통해 7000억원 이상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한국선박해양은 정부 주도로 설립된 선박은행으로 사실상 국내 유일 원양선사인 현대상선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창구다. 정부는 국내 최대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의 파산을 초래해 국내 해운업을 붕괴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선박해양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유상증자 참여와 CB 인수를 통해 약 7500억원을 현대상선에 지원한다. 현대상선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10척을 시가(약 1000억원)에 사들인 뒤 장부가(약 8500억원)와의 차액만큼 공급하는 방식이다. 한국선박해양이 매입한 선박은 현대상선이 다시 저가에 빌려 그대로 사용한다.

현대상선은 확충한 자금으로 국내외 터미널 인수와 신규 선박 발주 등에 나선다. 하반기에는 중소형 컨테이너선 5척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3∼5척을 발주할 계획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