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주도의 대선 흐름이 강화된 가운데 야권 주자들을 겨냥한 ‘지라시’(불법 사설정보지)가 마구잡이로 유포돼 대선 판을 흐리고 있다. 각 캠프에서는 법적 대응을 강조하지만 현실적 수단이 마땅치 않아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지라시가 무분별하게 확산될 경우 대선 국면에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라시는 주로 SNS에서 ‘받은글’이라는 제목으로 빠르게 확산된다. 간혹 일부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미확인 정보들을 그럴싸하게 짜깁기한 내용이 많다. 23일 급속도로 유포된 ‘문재인 정부 내각·청와대’라는 글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공동선대위원장인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총리를 맡고, 싱크탱크 ‘국민성장’의 조윤제 소장이 경제부총리가 될 것이란 내용 등이 포함됐다.
캠프 측은 발끈했다. 문 전 대표 캠프 대변인 김경수 의원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수사 의뢰 등 유포자 발본색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라시에는 시집 강매, 배우자의 백화점 특혜 입점 등 참여 인사들의 과거 의혹이나 논란도 포함돼 문재인 캠프의 도덕성 깎아내리기를 시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지난달 지라시 공격을 받았다. 문 전 대표 측으로부터 서울시장 공천을 약속받고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대선 레이스에서 보조 역할만 할 것이란 의미)로 뛴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시장 측에서는 이 시장의 대선 완주 의지를 의심케 만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판단했다. 이 시장은 직접 SNS에 글을 올려 “이런 선동은 청산돼야 할 구태적 공작정치”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지라시가 확산될 경우 유권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공정한 선거를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 24일 “지라시는 루머와 ‘가짜뉴스’ 사이 중간 성격”이라며 “틀린 정보가 많지만 부분적으로는 맞는 것도 있어서 읽는 사람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말했다.
특히 야권 주자에게 지라시가 집중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맞물린 조기 대선 국면이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야권 주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는 정치적 상황에서 민감한 정보를 빨리 알고 싶어하는 대중의 욕구를 이용해 교묘한 흠집내기가 이뤄지는 셈이다.
각 캠프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수사를 의뢰해도 범인을 잡기 쉽지 않고, 이미 SNS를 통해 미확인 정보가 빠르게 퍼진 탓에 대응이 쉽지 않다. 법적 조치 외에 뾰족한 수를 찾기도 어렵다. 게다가 범인을 잡더라도 후보 이미지는 이미 타격을 입은 상태다. 이 시장 측 대변인 제윤경 의원은 “‘서울시장 밀약설’의 경우 전혀 사실과 다른 내용이기 때문에 특별히 추가 대응할 이유가 없었다”며 “우리가 계획한 일을 제대로 하는 것에만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글=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기획] “그럴싸한데”… 대선 판 왜곡시키는 ‘무차별 지라시’
입력 2017-02-25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