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가계가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가계소득·소비·분배 지표가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지갑을 닫으면서 가계지출 감소율은 2003년 조사 이후 최대 폭을 기록했다.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게 소비가 위축된 것이다. 여기에다 소득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불황 직격탄을 맞은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하는 동안 고소득층 소득은 뛰면서 격차가 한층 벌어졌다.
통계청은 물가인상분을 반영한 지난해 가구당 실질소득이 전년 대비 0.4% 감소했다고 24일 밝혔다. 전국의 2인 이상 가구를 대상으로 가계 동향을 조사한 결과다. 실질소득이 줄기는 2009년(-1.5%)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소득의 세부 항목을 봐도 사업소득(0.5%)과 증여 등의 이전소득(1.1%)은 늘었지만 근로소득은 제자리걸음(0.0%)을 했다. 이자·배당·임대료 등의 재산소득은 19.2%나 급감했다.
물가를 감안하지 않은 가구당 월평균 명목소득(439만9200원)도 전년 대비 0.6% 증가하는데 그쳤다. 2015년에는 1.6% 증가율을 보였었다. 지난해 가구당 명목소득 증가율은 2003년 이후 가장 낮았다.
들어오는 돈이 없으니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다. 지난해 실질 가계지출은 전년 대비 1.3%나 줄었다. 소비지출이 1.5%나 감소한 영향이 컸다. 가계지출은 소비지출(생활비)과 비소비지출(세금·연금·보험료 등 경직성 비용)을 합한 것이다. 항목별로 의류신발(-4.2%), 식료품·음료(-3.5%) 지출을 가장 많이 줄였다. 반면 주류·담배(4.6%) 지출은 큰 폭으로 늘었다.
소득이 감소한 반면 비소비지출은 줄지 않은 탓에 처분가능소득(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것) 증감률은 -0.3%를 기록했다.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줄어든 것이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실질소득 늘기는커녕 줄어… 가계, 금융위기 이후 최악
입력 2017-02-24 17:43 수정 2017-02-24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