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총괄해온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이 24일 사의를 표명했다. 최 부회장과 장 사장은 이날 이사회가 끝난 뒤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며, 예견된 수순으로 보인다. 그룹 계열사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고 이로 인해 그룹이 어려움에 빠진 점을 감안할 때 미래전략실을 실질적으로 지휘해온 두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했다. 더욱이 그룹 최고경영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마저 구속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두 사람의 사퇴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고, 최 부회장과 장 사장이 물러난다고 해서 그룹 경영 자체가 올 스톱될 정도로 허약하지 않다고 본다. 삼성은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태로 삼성이 위기에 몰린 것만은 분명해 보이며, 경영에 다소의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잘잘못을 떠나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삼성이 최순실 사태에 연루된 것은 일차적으로 삼성의 책임이고 불행한 일이다. 정치권력, 특히 대통령이 지원을 요구하더라도 단호히 거절하는 것이 백번 옳다. 그러나 정치권력에 밉보였다간 어떤 봉변을 당할지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 이 점에선 국회의원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국회의원들이 재계 총수들에게 ‘손들어봐라’ ‘머리 굴리지 마라’ ‘구치소가 멀지 않다’는 등 겁박하는 모습을 똑똑히 목격했다. 오죽했으면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국회 입법을 통해 기금 출연이나 준조세를 막아 달라”고 했겠는가.
삼성은 사람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잘못은 반복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치권도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 재벌 개혁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재벌이 가진 경제적 가치까지 부정하거나 죄악시해선 안 된다. 또한 공익을 빌미로 기금 출연 등 기업에 준조세를 강요하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사설] 삼성 수뇌부 사퇴 후 삼성과 정치권이 해야 할 일
입력 2017-02-24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