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들끼리 금메달 경쟁을 펼치기를 바랐다.”(쇼트트랙 이정수) “이승훈 선배가 4관왕에 오르도록 돕고 싶었다.”(스피드스케이팅 김민석)
남자 쇼트트랙의 맏형 이정수(28·고양시청)는 금메달 욕심을 버리고 동생들을 밀어 줬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막내 김민석(18·평촌고)은 큰형님의 4관왕 대기록을 먼저 생각했다.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빙상 대표팀의 희생정신과 팀워크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 이정수는 은메달 1개(5000m 계주)와 동메달 1개(1500m)로 이번 대회를 마쳤다. 하지만 조금도 실망한 기색이 없었다. 이미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쇼트트랙 1000·1500m 금메달을 따내 병역 면제를 받은 그는 후배들의 미래를 걱정했다. 그는 1000m 결선 초반 서이라(25·화성시청)와 신다운(24·서울시청)의 레이스를 이끌어 줬다. 1500m 결선에서도 중국 선수들이 자신을 견제하도록 하며 박세영(24·화성시청)의 금메달 획득을 도왔다.
한국 쇼트트랙은 과거 ‘파벌 싸움’ 등으로 내분을 겪으며 삐걱거렸다. 하지만 이번에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이며 우려를 씻어냈다.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에서는 김민석과 이진영(24·강원도청)이 최고참 이승훈(29·대한항공)의 4관왕 달성을 위해 이기심을 버렸다. 둘은 일본 선수들이 경기 초반부터 치고 나가는 작전을 구사하자 견제조로 나섰다.
이승훈도 동생들 못잖았다. 그는 지난 10일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팀 추월 도중 넘어져 자신의 스케이트날에 오른쪽 정강이를 베이는 부상을 당했다. 주위에서 아시안게임 대회 출전을 만류했지만 후배들을 위해 강행했다. 그는 팀 추월 경기에서 체력 소모가 큰 선두로 나서 후배들을 위해 바람막이가 돼 줬다. 총 6바퀴 중 3바퀴를 맨 앞에서 달렸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헌신적인 팀플레이로 금메달 6개를 획득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한편 여자 컬링대표팀은 24일 일본 삿포로 컬링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5대 12로 져 은메달을 차지했다. 대표팀은 9엔드에서 점수가 크게 벌어지자 ‘기권(GG·Good Game)’을 선언했다. 지난 19일 예선부터 5전 전승을 달린 대표팀은 2007년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노렸지만 아쉽게 무산됐다.
남자 아이스하키는 일본과의 2차전에서 4대 1로 이겼다. 대회 사상 최초로 일본에 거둔 승리다. 한국(1승1패)은 오는 26일 최종 3차전에서 중국을 잡으면 은메달이 유력하다. 일본(1승1패)이 카자흐스탄(2승)을 5골차 이내로 이겨도 한국은 2위가 된다.
김용규(24·무주군청)는 이날 바이애슬론 남자 12.5㎞ 추적에서 3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개인 종목에서 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로스컨트리 남녀 대표팀은 계주에서 나란히 동메달을 따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기획] 한국 빙상 금빛 레이스, 경쟁보다 희생정신 빛났다
입력 2017-02-25 00:02 수정 2017-02-25 0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