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들이 주로 살았던 북촌에는 근대건축물 양식의 교회를 볼 수 없지만 중인들이 주로 거주했던 서촌에는 중인의 개방적인 문화의식에 힘입어 궁궐 옆에 서구 문화의 상징인 교회가 들어설 수 있었다.
이처럼 1930년대 일제강점기 서촌에 세워져 87년간 한자리를 지켜온 서울 종로구 체부동 성결교회가 서울시 최초의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된다.
서울시는 23일 건축위원회를 열어 경복궁서측(서촌) 지구단위계획구역 안에 있는 체부동 성결교회에 대한 우수건축자산 등록을 원안의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우수건축자산’은 문화재는 아니지만 역사적·사회문화적 가치를 지니거나 국가의 건축문화 진흥 및 지역의 정체성 형성에 기여하는 건축물, 공간환경, 사회기반시설 등이다. 1931년 지어진 체부동 성결교회는 근대 건축양식과 한옥이 어우러진 연면적 280㎡ 규모의 건축물로 서촌의 랜드마크 중 하나다.
처음 지어질 때 같은 단에 벽돌의 긴 면과 짧은 머구리 면이 번갈아 보이도록 쌓는 ‘프랑스식 쌓기’로 건축됐고 나중에 확장된 부분은 한 단에는 긴 면만, 다른 단엔 짧은 면만 보이도록 하는 ‘영국식 쌓기’가 활용돼 건축사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근대 벽돌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체부동 성결교회는 주민들이 떠나면서 한때 위기를 맞았다. 이에 교인들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교회 건물이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서울시에 매각을 제안했고 시가 지난해 5월 매입하면서 원형을 보존할 수 있게 됐다.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되면 개축, 대수선, 수선 등 건축행위 시 최대 1억원까지 비용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시는 체부동 성결교회 본당과 한옥 내부를 올해 안으로 리모델링해 지역주민과 시민을 위한 ‘체부동 생활문화센터’로 운영하고 본당은 시민 생활오케스트라의 공연·연습실로, 한옥은 마을카페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체부동 성결교회, 서울시 ‘1호 우수건축자산’
입력 2017-02-24 17:46